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멈추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접어든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한 경제 협력을 위해 ‘남북공동경제발전위원회’를 가동하고, 필요할 경우 대북 제재 부분적 면제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한 미국 국무부의 반응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정책의 신근간인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이 근본적인 행동을 바꾸지 않는 한 제재를 계속 유지할 것”이며 “도발에는 반드시 책임지게 하겠다”는 원론적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미당국의 당근과 채찍 병행정책에 북한의 외교적 수사화법은 어떠했을까? 북한은 8월 18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거부 의사를 공식 밝혔다.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 라며, 요컨대 남측의 경제와 민생개선이나 신경을 쓰라는 얘기이다. 북한 당국은 미국 주도의 대북핵 압박정책에 중러의 공조 하에 충분히 버텨나갈 자신이 있으니, 협상에 임할 생각이 희박하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단적 표출한 것이다.
앞으로도 북한은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핑계 삼아, 이에 대한 실질적 대응논리로 미사일 도발을 불규칙적으로 연신 자행하면서 한미일을 위시 국제사회의 반응을 최대한 시험할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고도로 개량된 핵실험을 무모하게 자행하는 것이다.
이렇듯, 북한의 특수체제를 감안할지언정 남북관계는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우리 국민들의 대북 호감도는 최악일 수밖에 없다. 북한의 호전정책이 완화되질 않은 상황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정책지원 조차도 여론의 호응을 얻기 매우 힘든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쌀 수확은 풍년 속에 가격 하락으로 재고가 넘치는데,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에 식량지원은 매우 답보상태에 있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직접적 지원 못지않게 북한의 식량수급 실태는 농자재 부족, 농업생산기반 미비, 산림 황폐화 등으로 인해 식량작물의 생산성이 매우 낮다. 식량지원, 농업개발지원, 농업투자협력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일보된 입체적 방안을 한층 강구해야 한다.
북한 지역의 농업용저수지 인프라 구축, 식량 및 식부자재 공급기지 육성 등이 요구된다. 전문가집단을 중심으로 ‘남북농업기술협력지원단’ 실질적 운영과 ‘식량작물, 원예, 축산’ 기술 등 ‘북한 농업생산성 향상 방안’도 효율성을 담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북 식량지원을 질서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과 목표에 맞게 세분화된 식량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그리고, 북한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겠습니다.”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8.15 경축사가 허언이 되지 않도록 진정성을 촘촘히 담보하여 견고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북한에게 정부가 바뀌더라도 지속가능한 협력을 보장하도록 정치권의 공개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도주의적 지원정책이 속개되어 탄력을 받는다 하더라도 정체 국면에 빠진 남북관계의 절벽을 붕괴시키기는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비핵 선결문제에 못지않게 동아시아의 군비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시점에서 군축문제 또한 절대 간과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남북문제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오해를 불식시키면서, 더 이상 대북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현상유지관리를 해야 한다. 코로나와 대북제재 장기화에 따른 내핍상황 속에서 경제발전과 핵무력 고도화라는 두 가지 상충된 목표에 골몰하고 있는 북한의 딜레마 해법을 놓고 윤석열 정부는 창의적 협상에 최대한의 인내심을 갖고 필사적으로 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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