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 대폭 삭감’ 회복 수준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월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예산소위원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가 R&D(연구개발) 예산은 정부안보다 최대 증감하고 ‘가짜뉴스’ 규제 항목은 대폭 줄였다.
민주당은 정부가 편성한 과기정통부 예산에서 약 2조원을 증액하고, 약 1조2천억 원을 감액했다. 8천억 원가량을 순증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과학기술계 연구원 운영비 지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포함해 4대 과기원 학생 인건비 등 약 2조 원을 증액했다.
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방통위 기본 경비가 45억원인데 민주당이 18%를 삭감하면 38억 원이 된다. 위원회 운영을 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고 맹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예산 소위 위원들은 “윤석열표 R&D 삭감을 되돌렸다. 정부측에 불필요한 경비 및 예산은 과감하게 줄이는 대신 삭감된 청년 연구자 인건비를 복구하고, 과학기술 분야 연구원들의 지속 사업에 대한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2024년 정부R&D 예산안은 앞서 지난 6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주먹구구식 연구개발(R&D)은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이후 전면 백지화된 바 있다. 정부 여당의 명분은 지난 수년간 연구개발예산이 급격히 증가하여 비효율이 엄청 누적되었기에 이를 긴급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내년 정부 R&D 예산안은 25조9152억원으로 올해(31조1000억원)보다 16.6% 삭감됐다. 국가 R&D 예산이 줄어드는 건 1991년 이후 33년 만으로 과학기술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내년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편성 과정에서 사업의 조기종료, 과도한 삭감 등으로 일관성과 구체성이 결여돼 정책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지난해 과기정통부 소관 R&D 사업 중 2024년 예산안 편성 결과 종료되거나 통폐합된 세부사업은 총 63개 사업이다. 예산 규모는 3436억4800만원이다.
R&D 계속사업의 예산 감액 과다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중 2024년도 예산안이 전년 대비 90% 이상 감액된 10개 사업은 사실상 사업의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대부분의 사업이 폐지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일부 사업은 2024년에 지급돼야 할 연구비를 2025년 이후로 순연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25년 이후 R&D 재정 부담을 가중시켜 여유재원의 확보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만큼 적절성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정책 반발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초유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 과학기술계를 연일 뒤흔들고 있다. 미래를 포기한 정부의 퇴행적 결정이란 연구현장의 성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연구실을 지켜야 할 연구자들이 집단 대응에 나서기로 하면서 그야말로 폭풍전야 상황이다.
과학기술 관련 단체들은 지난 9월 5일 국가 R&D 예산 삭감을 저지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지키겠다며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를 출범시켰다. 과학기술계가 정부 정책에 반발해 조직적 대응에 나서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행정부의 이러한 졸속 행정 고질적 후진적 문제점을 보여준다. 집행 과정이 매우 투박하고 이해 당사자들과의 소통이 부족하여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는 것이다. 카르텔의 존재나 비효율성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예산을 삭감하니 반발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의대 쏠림현상으로 인재들의 과학기술계 영입에 문제가 있는데, 이번 사태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까 우려된다.
올해 정부 예산안의 주요쟁점 중 하나는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다. IMF 외환위기 때에도 축소하지 않았던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을 16.6%나 삭감하였고, 이에 대해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계의 반발은 특히 젊은 연구자와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결국, 과학계에서도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하자 정부와 여당은 “신진연구자 지원 등에 지장이 없도록 필요하면 R&D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한발 물러섰고, 대통령도 대덕에서 젊은 연구자와 모임을 갖고 “도전적 연구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대과업! “연구과제 선도형 혁신”
R&D 예산을 지속 효율적 생산성을 담보하려면 지속 가능한 연속성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 기관장 인사에 따라 예산 배정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실례로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들은 연구소 소장 임기가 따로 없다. 반면, 국내는 연구소장이 교체될 때마다 주류 사업이 대폭 뒤바뀌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처럼, 정책의 예측적 수행 능력이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R&D 예산 편성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혁신본부 및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소통이 더욱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정책 기획과 방향에 맞춰 R&D 예산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실질적 목표 성과에 대한 정보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R&D 사업 선정과 성과가 도출되는 전과정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전담 코디네이터’를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산부처를 중심으로 집행의 효율성에 의구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왜 우리나라의 국가 연구개발사업에서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눈에 띄는 세계 최초의 선도 기술이 나오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정부 연구개발 과제의 성공률은 95%를 넘는다. 이러한 높은 성공률은 역설적으로 실패하지 않는 과제만 수행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정부 연구과제 선정과 평가 기준이 과거 ‘답습하기’ 관성에 묶여 선진국형으로 탈바꿈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구개발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는 연구과제 선정과 평가시스템을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선도형으로 바꾸어 도전적 과제를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2032년 달에 착륙해 자원 채굴을 시작하고, 2045년에는 화성에 태극기를 꽂겠다. 우주기술은 최첨단기술의 집약체이자, 기존 산업을 부흥시키고 신산업을 탄생시키는 동력이다. 2045년까지 (우주 분야에) 최소 100조원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한 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 사업설명자료’를 보면 신규사업을 제외한 주요 우주 사업 13개 중 8개(61.5%)가 예산이 삭감됐다. 또한, 예산이 삭감된 사업 가운데 절반 이상 줄어든 사업은 4개로, 연구진이 연구개발을 속개하기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최근 우주 분야에서 많은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들보다 기술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우주 분야의 예산이 갑자기 삭감되면 개발에 들어가는 예산이나 금액에 변동성이 커져 심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우주 기업 관계자들과 연구자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우주기술 분야에 지원을 줄이는 것이 앞으로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발사체나 달 착륙선 외에도 개발해야 할 기술들이 산적하다. 예산부터 줄여버리면 당연히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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