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현실과 너무 흡사한 역저 ‘국가전략이 없다’
또다른 소개 국토상생론! ‘日本저출산 고령화 생존책’
두 역저 차이점! ‘국가전략 부재와 지자체의 대응전략’
손기정 교훈! 한일 함께 성숙…‘인식의 변화 매우 중요’
‘손기정 평전’을 저술한 ‘일본 데라시마 젠이치 전회장’
우리 영토 보전! 이웃나라 ‘일본 관점 명확히 파악해야’
韓日 양국 프로축구 리그 통합 ‘빅리그로 격상도 묘책’
바다 수영! 선린 민간 외교 교류를 ‘한층 두텁게 할 것’
▲ 정부관료 출신의 韓日연구가 ‘귀거래사 김연빈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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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귀하께서는 요미우리신문사 기획의 『검증 국가전략 없는 일본』을 『국가전략이 없다』란 이름으로 번역 출간했는데, 한국의 현실과도 너무 흡사하다.
▼ 먼저 원전의 내용부터 간단히 소개하겠다. 요미우리신문 정치부가 2006년 12월 발간한 『검증 국가전략 없는 일본(検証国家戦略なき日本)』(新潮社)은 일본 정부의 국가전략 부재, 특히 국가의 성쇠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면서도 정치권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과학기술, 해양정책, 자원·에너지, 지적기반, 안전 분야에서 ‘일본이 얼마나 뒤처져있는지’를 극명하게 추적·검증하여, 통렬히 비판하고 정치권의 대응을 추궁한 책이다.
2005년 1월부터 2006년 6월까지 1년 6개월간 요미우리신문에 연재되었다. 요미우리신문은 단행본 간행 2년 후 개선된 점이 있는지를 재검증했다. 이렇게 해서 재검증 내용을 추가하고 새로 후기와 해설을 덧붙인 것이 문고판 『검증 국가전략 없는 일본』(2009, 이하 『검증 일본』)이다. 『국가전략이 없다』는 바로 이 『검증 일본』의 제목을 바꾸어 다시 한글판으로 발간한 것이다.
윤상훈 해양수산부 어선안전정책과장(전 주일한국대사관 해양수산관)은 서평에서 “본서에서 ‘일본’이라는 글자를 ‘한국’으로 바꾸고, 2005년을 2023년으로 바꿔 읽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라고 하면서 “『국가전략이 없다 – 요미우리가 공개한 충격의 일본 위기보고서』는 곧 『한국 위기보고서』이기도 하다”며 주저 없는 일독을 권한다.
▲ 요미우리신문에 1년 6개월간 연재된 역저 ‘국가전략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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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전략이 없다』는 2006년 발간 당시보다 17년이나 지난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과도 흡사한 면이 많다. 원전이 5개 분야로 나누어 서술한 과학기술, 해양정책, 자원·에너지, 지적기반, 안전 분야의 내용 대부분이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발간 당시, 마치 10여 년 후 한국에서 일어날 일을 미리 내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현실감이 있어서 예언서와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그런 감흥을 발간사 첫머리에서 이렇게 서술했다. “돌이켜보면 온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 19 팬데믹을 비롯한 각종 감염병의 창궐을 이 책은 이미 15년 전에 예고했다. 중국의 동중국해 개발이나 중국에 의존하는 희귀 금속 수급의 위험성을 이 책은 이미 예견했다. 한·일 양국의 군사적 갈등이 드러난 소위 ‘자위대 초계기 사태’도 요미우리신문은 예상했다. 특허정보 누설과 기술인력 해외 유출을 기자는 벌써 내다보고 있었다.”
▲ 국토상생론!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지방 소멸 생존 상생을 다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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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하께서는 정부 관료 출신의 일본통이신데, 2년 전 역저로 출간한 『바다로 열린 나라 국토상생론』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근 역저와 공통된 부문과 아울러 차별성을 구분하여 몇 항목 예시하여 줄 수 있나?
▼ 2007년 『검증 일본』 번역 출판이 계기가 되어 2022년 『바다로 열린 나라 국토상생론 –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지방 소멸 생존 상생』(도서출판 귀거래사)을 번역 출간하게 되었다. 또 이것이 연결되어 2023년 말 『국가전략이 없다』를 다시 발간하게 되었다.
2022년 발간한 『국토상생론』의 원전은 2013년 발간된 『日本列島再生論』(中央公論新社)으로,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에서 노출된 일본 국토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아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생존에 영감을 제공하고자 요미우리신문이 국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하여 기획·취재한 내용을 모은 책이다.
2011년 12월부터 2012년 7월까지 8개월간 요미우리신문 조간에 게재되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10여 개 국가의 관련 사례를 소개하고 있고, 취재 기자는 약 100명에 이른다. 여러 사정으로 번역서 출간이 10년 정도 늦어졌지만 역시 시차를 느낄 수 없을 만큼 현실감이 있다.
두 권의 책 모두 요미우리신문이 장기간에 걸쳐 기획·연재한 것을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다. 『국가전략이 없다』가 일본 중앙정부의 국가전략 부재를 비판한 것이라면, 『국토상생론』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처한 지방자치단체의 생존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두 책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수립의 중요성을 느껴보는 것도 흥미가 있을 것이다.
● 대표께서는 『손기정 평전』의 역자이시기도 한데? 본서를 저술한 일본의 데라시마 젠이치 일본 유네스코협회연맹 소속 「스포츠와 평화를 생각하는 유네스코클럽」 전 회장이 요양 중으로 알고 있다.
▼ 데라시마 젠이치(寺島善一, 1945~) 메이지대학 명예교수는 1983년 12월 메이지대학에서 설립된 「스포츠와 평화를 생각하는 모임」에 함께 참가한 것을 계기로 깊은 인연을 맺게 되었다. 2002년 11월에는 손기정 장례식에 참석했으며 2012년에는 메이지대학에서 ‘손기정 탄생 100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런 오랜 인연과 교유를 바탕으로 2019년 『평전 손기정』을 저술했다. 『손기정 평전』 저술 후 일본 국내외에서 ‘손기정과 스포츠 평화사상’을 주제로 강연을 해오고 있다. 손기정이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비인간적 처우 등을 상기하며 스포츠계에 존속하는 인종차별 문제를 깊이 다루고 있다.
데라시마 명예교수는 2017년 설립한 「스포츠와 평화를 생각하는 유네스코클럽」 회원 10여 명과 함께 2020년까지 매년 ‘손기정 평화 마라톤대회’에 참석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혼자 참석하고 있는데, 2022년 대회에 참석하는 길에 11월 22일 고려대학교 아시아 문제연구원에서 <손기정에서 오사카 나오미까지-스포츠·인권·평화를 위한 사상과 행동의 연쇄>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오후에는 중앙일보 기획으로 서울대학교 김정효 교수(체육철학)와 ‘한·일 체육철학자 대담’을 했다. 대담 내용은 2022년 11월 26일~27일자 중앙SUNDAY 28면에 게재되었다.
작년 11월 19일 열린 대회에는 일본 요코하마에 거주하는 손기정 선생의 아들 손정인(79) 씨와 부인, 손녀 은경(45) 씨 등 가족 7명이 함께 참석했다. 손정인 씨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5년 만이라고 했다. 유명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모리카와 사다오(森川貞夫, 1939~) 일본체육대학 명예교수도 함께 참석했다.
모리카와 교수는 2002년 12월 메이지대학에서 열린 손기정 추도회에서 「‘조국 없는 마라톤 러너’의 죽음」이란 글을 발표한 바 있다. 데라시마 교수는 건강이 좋지 않아 대회 시상 외에는 다른 활동이 없었다.
현재 몸이 아파 요양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프다. 빨리 회복해서 금년 대회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하기를 바래본다. 클럽 회원들도 금년부터 다시 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하고, 내가 대회 참가 절차 등을 도와주기로 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다수 참가할 금년 대회에 대한 기대가 크다.
▲ 데라시마 젠이치! 2022년 11월 22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에서 “손기정에서 오사카 나오미까지-스포츠·인권·평화의 사상과 행동”이란 주제로 특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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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적과 인종, 이념’을 초월하는 고귀한 스포츠 이념의 위대성은 현재의 지구촌 갈등과 전쟁에 따른 폐해를 극복하는 데 어떠한 특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보는가? 특히 한일 관계를 위시 한국의 국내 정치 구도 또한 양극화되어 있다.
▼ 손기정 선생은 1983년 12월 메이지대학에서 설립된 「스포츠와 평화를 생각하는 모임」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평화운동에 헌신한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와 평화를 생각하는 모임」은 평생을 스포츠와 평화 문제에 바친 필립 노엘베이커 경(영국 1889~1982)을 추모하는 일본 저명인사들이 주도해 설립한 모임이다. 베이커 경은 1920년 앤트워프올림픽 육상 1500m 은메달리스트이자 군축촉진 운동에 매진했던 평화운동가로 195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손기정은 선수로서 맛본 베를린올림픽의 영광과 굴욕, 6·25전쟁의 경험을 통해 스포츠에는 평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스포츠는 평화로운 시대에만 발전한다”고 확신했다. 이런 신념으로 한일 국교정상화 25주년과 한국 프로야구 발족 10주년을 기념해서 주니치신문사와 협력하여 1991년부터 4년에 한 번 한일 간 프로야구 교류 경기를 성사시키고 2002년 월드컵 축구 한일 공동 개최를 위해 진력했다.
잘 알다시피 미국과 중국의 국교 교섭은 핑퐁외교를 통해 시작되었다. 일본과 중국의 화해도 스포츠 교류에서 시작되었다. “1937년 발발한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최악이었던 중국인의 대일 감정은 중국을 내방한 일본 탁구선수들의 페어플레이로 완화되었다”라는 주은래(周恩來) 수상의 말을 허전량(何振梁) 전 IOC 부위원장이자 중국올림픽위원회 명예위원장이 증언했다.
2018년 2월 18일 평창동계올림픽 빙상 여자 500m에서 이상화 선수는 3연패를 놓치고 눈물을 쏟았다. 우승한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 선수가 다가가 포옹했다. 이 모습을 데라시마는 ‘올림피즘(Olympism)’이란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준 아름다운 장면이었다며, 손기정이 생애에 걸쳐 추구해온 ‘꿈’이 평창올림픽에서 실현되었다고 『손기정 평전』에서 말하고 있다.
분열된 세계 각국, 갈등하는 한일 양국의 지도자들, 우리나라의 양극화된 정치 구도도 손기정,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가 보여준 스포츠정신처럼 상대방을 타도하고 무너뜨려야 할 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게 하는 동료로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
▲ 데라시마 명예교수는 2017년 설립한 ‘스포츠와 평화를 생각하는 유네스코클럽’ 회원들과 함께 ‘손기정평화마라톤 대회’에 참석해왔다. 2022년 행사, 오른쪽에서 4~3번째 저자와 역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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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하께서는 한일관계 역사성과 우호 개선에 상당한 식견과 통찰력을 겸비하신 것으로 평가된다. 여전히 한일 간 미완의 과제는 적지 않지만 선린 외교의 적시성을 예시하여 달라.
▼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수상의 한일 정상회담 이후 한일 양국의 문화 교류가 활발해졌다. 최근 K-팝 등 한류의 힘이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트로트의 열풍도 대단하다. 3월에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한일 가왕전’이 열린다고 한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풀뿌리’ 교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이런 민간의 문화 교류가 한일 관계 개선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앞에서 말한 ‘손기정평화마라톤대회’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한일 민간 교류는 우선 문화와 스포츠 분야에서 가장 효과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서울에서 도쿄까지 양국 국민들이 참가하는 ‘조선통신사’를 부활하고, 일본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당인행렬(唐人行列, 조선인행렬)’,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 기념유학생제도, 청소년 캠프, 교환유학생 제도, 영화 공동제작과 영화제 개최 등도 좋은 예이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 최강의 축구 강국이다. 한일 축구 정기전의 지속적인 개최를 통해 한일 양국의 축구 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현재 폐지된 한일 프로야구 교류전의 재개도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이 각각 강세를 보이고 있는 양궁, 쇼트트랙, 수영 등에서 서로 교류를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다. 양국 프로축구 리그를 통합해서 빅리그로 격상시키는 것도 좋은 과제가 될 수 있다.
▲ 세계 마스터즈 수영 ‘규슈 2023’. 한일해협 횡단 릴레이 수영은 양국의 민간 교류를 한층 두텁게 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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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2023 세계 마스터즈 수영선수권 대회’가 일본 규슈에서 성황리 열린 바 있다. 한국에서 아직 활성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바다수영대회를 한일 민간 스포츠 증진차원에서 적극 나서고 싶은 생각이 없나?
▼ 오픈워터스위밍(Open Water Swimming, OWS), 즉 바다수영은 바다나 강·호수 등 자연상태의 개방된 수역에서 하는 장거리 수영이다. 남녀 10㎞ 종목이 마라톤수영이란 이름으로 2008년 베이징대회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개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OWS에 대한 관심이 미미하여 아직 전국체전 종목으로도 채택되지 않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를 떠나 동호인들이 참가하는 바다수영의 여건도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지난 2005년 바다수영 보급을 위해 사단법인 한국바다수영협회(AKOWS)가 설립되고, 해양수산부장관배 바다수영대회도 창설되었으나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해양수산부장관배 바다수영대회는 2011년 이후 개최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바다수영이 상당히 활발하다. 엘리트 선수들은 올림픽에도 출전하고 있다. 일본국제오픈워터스위밍협회(JIOWSA)가 개최하는 바다수영대회만도 1년에 15개 정도이다. 바다수영에 있어서는 일본에 배울 점이 많다.
바다수영도 한일 문화 교류와 관계 개선에 큰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한 좋은 구상이 있다. 외교부가 2014년 ‘한일 국교수립 50주년 기념사업’을 공모했는데, 주일대사관에서 응모한 ‘한일해협 횡단 릴레이 수영’이 기념사업의 하나로 채택되었다. 부산-쓰시마(50㎞)-이키섬(50㎞)-후쿠오카(80㎞) 간 약 180㎞를 양국의 연예인·체육인 등 유명인과 일반인, 장애인 등 남녀노소 500여 명이 조를 이루어 1~2㎞(30분~1시간) 씩 나누어 3~4일에 걸쳐 릴레이 수영으로 건너는 것이었다. 일본의 한 메이저 언론도 관심을 갖고, 국내 언론사에서는 당장 사업을 추진할 기세였다.
나중에 비용 문제로 아쉽게 무산되었지만, 후원이나 광고 등으로 행사비용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터인데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려고 하는 태도가 아쉬웠다. 그동안 냉각되었던 한일 관계가 새로운 분위기로 반전되었다. 한일해협 횡단 릴레이 수영은 이런 활발한 움직임을 더욱 숨 가쁘게 하고 양국의 민간 교류를 한층 두텁게 할 것이다.
▲ 지피지기는 백전불태다. 우리 영토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이웃나라 일본의 관점을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번역하는 목적은 거기에 있다. pixab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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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께서 협업하여 올해 또는 추후 출간이나 기획하고 있는 행사가 있다면?
▼ 먼저, 『기억을 열다 - 신슈 반도 세계(記憶を拓く- 信州半島世界)』(信濃毎日新聞社, 2021.5.)를 『조선징용공 2600』이란 이름(가제)으로 상반기 중 출간할 예정이다. 이 책은 일본 나가노현 나가노시에 있는 시나노마이니치신문사가 기획한 것으로, 나가노시 마쓰시로에 위치한 마쓰시로 대본영 지하벙커 건설공사에 동원된 조선징용공에 관한 기록을 추적하고 있다.
식민지 지배 아래 일본 대표로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경기에 출전해 우승한 손기정의 삶과 그의 후손들, K-POP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의 한일 교류와 역사의 관계, 인터넷상에서 확산되는 재일한국인에 대한 증오의 실태 등도 함께 다루고 있다.
시나노마이니치신문사 기자들의 ‘전해야만 한다’라는 의지와 지속적 취재의 결과물로, 이 보도를 기반으로 일본 내, 한반도, 아시아,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자연스레 넓혀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기획은 2020년 일본의 퓰리처상이라고 하는 「평화·협동 저널리스트 기금상(대상)」을 수상해, “한일 관계의 현 상황을 보도 기관으로서 내버려 둘 수 없다는 편집국 차원의 기백이 느껴지는, 그야말로 용기 있는 보도였다” 등의 평가를 받았다.
이어서, 『국제법으로 본 영토와 일본(『国際法から見た領土と日本』, 柳原正治·兼原敦子編, 東京大学出版会, 2022)을 역시 상반기 중에 출간할 계획이다.
이 책은 2017년에 공익재단법인 일본국제문제연구소가 기획한 「영토·주권·역사조사연구」 프로젝트 연구 성과의 하나로, 주된 목적은 「영역」 개념의 역사적 변천과 영역분쟁 해결의 다양한 법리를 분석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다른 독자적 관점에서, 일본의 영토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궁구하려고 하는 것이다. 젊은 일본 학자들의 영토에 관한 최신의 관점을 살펴볼 수 있다.
실무담당자, 연구자, 나아가서는 영토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참고가 될 점이 많다. 지피지기는 백전불태다. 독도라는 우리 영토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이웃나라 일본의 관점을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번역하는 목적은 거기에 있다.
▲ 바다로 열린 나라! 새해는 바다와 같이 양국간 열린 마음으로 가슴을 활짝 여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맨왼쪽이 한일 상생을 소망하는 손기정 평전의 데라시마 젠이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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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께서는 ‘언론의 사명’에 대해서도 예리한 주장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의 독자들에게도 신년 인사 부탁드린다.
▼ 나는 『검증 일본』을 번역 출간하면서 요미우리라는 일본의 대표적 신문이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 감동으로 역자 후기에서 초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매국 신문을 불사르자!”로 시작되는 「펜의 힘」이란 글을 빌려 언론의 사명을 상기시켰다. 『국토상생론』을 발간하면서 그 감흥은 더욱 커졌다.
그래서 발간사에서 “언론은 말해야 한다. 옳은 것을. / 언론은 전해야 한다. 바른 것을. / 언론은 가야 한다. 국민과 함께.”라고 나름 혼을 담아 서술했다. 이번에 『국가전략이 없다』를 발간할 때는 독립운동가 심훈의 시 「필경(筆耕)」(1930)을 인용하여 언론의 사명에 대해 얘기했다.
심훈은 「필경」에서 “한 자루의 붓, 그것은 우리의 쟁기요, 유일한 연장이다 / 비바람이 험궂다고 역사의 바퀴가 역전할 것인가 / 마지막 심판 날을 기약하는 우리의 정성이 굽힐 것인가 / 창끝같이 철필촉을 베려 모든 암흑면을 파헤치자 / 샅샅이 파헤쳐 온갖 죄악을 백주에 폭로하자!”라고 외쳤다. ‘필경’은 쟁기로 밭을 갈 듯이 붓으로 마음을 갈아 국민 의식을 깨우치자는 은유를 내포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필경」에서 나는 ‘붓’을 든 심훈의 다짐, 신문사 기자 나아가서는 지식인에게 던지는 심훈의 소리 없는 절규를 들었다. 그래서 「필경」을 언론의 상징, 글쓰기의 표상으로 인용했다. “오오 붓을 잡은 자여 위대한 심장의 파수병이여!”
그동안 일본은 스스로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四方を海に囲まれた島国)’라고 해왔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대륙 진출이 막힌 우리나라도 사실상 ‘섬나라’이다. 섬은 바다로 닫힌 공간이 아니라 바다로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이나 우리나라 모두 ‘바다로 열린 나라’이다.
발상의 전환이란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가 아니라 ‘삼면이 바다로 열린’ 나라이다. 일본 역시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가 아니라 ‘사방이 바다로 열린 섬나라(四方が海に開かれた島国)’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새해 벽두에 한일 양국 국민께 드리는 상생의 메시지이다. 바다로 열린 나라! 새해는 바다와 같이 열린 마음으로 가슴을 활짝 여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 김연빈 프로필
- 도서출판 귀거래사 대표, 역서 : 『국가전략이 없다』(요미우리신문 정치부 저, 도서출판 귀거래사, 2023) 외 4권
- ‘대한수영연맹 등록 수영클럽 마스토스 코리아(Mastows Korea) 대표, 2005년 5월 고 조오련 선수와 함께 사단법인 한국바다수영협회(AKOWS)를 설립하여 바다수영을 통한 해양사상 홍보와 국토사랑 운동의 일환으로 ‘올림픽 정식종목 바다수영(OWS, 오픈워터스위밍)을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지정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 국토해양부, 해양수산부, 외교부에서 41년간 봉직 후 2019년 6월 정년퇴직, 전 주일한국대사관 1등서기관(해양수산관, 국토교통관), 2006년 9월 서울에서 처음 열린 한·중·일 물류장관회의를 기획‧실행하고 정례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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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