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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9.18 [10:02]
“편지를 쓰겠어요. 누구라도 받아 주세요.”
작가 한상림, ‘설레던 사랑의 빛을 되살리고 싶다’
 
작가 한상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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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가을은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먼저 보자

 

 

가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추억이다. 그것도 풋풋한 추억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흑백 필름에 담겨진 빛바랜 추억이다.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기억 속에는 꼭꼭 숨겨진 사랑, 가슴 저린 이별, 혹은 감추고 싶은 소중한 이야기들이 오래된 가을처럼 자리해 있다.

 

그 주인공이 나였다가, 혹은 너였다가, 그 누구라도 좋다. 그저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새롭게 맞는 이 가을이 훗날 지워지지 않을 또 다른 추억으로 머물러 있다가 현재의 모습을 또렷하게 환기시켜 주지 않는가.

 

1년을 인생의 전체로 본다면, 10월은 일생의 수확을 거둬들이고 노년의 생을 순조롭게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 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 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적이 있는가/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어 본 적이 있는가/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증오보다 사랑이/ 조금 더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그런 날이 있는가/ 가을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 보라/ 추억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다. -천양희 시인의 오래된 가을전문-

 

천양희 시인의 <오래된 가을>을 펼쳐들면 정작 우리가 마음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눈으로 보는 가을이 그저 전형적인 가을의 모습이라면, 마음으로 보는 가을은 인생의 깊이를 성찰하면서 자신을 새롭게 돌아보게 하는 계절이 아닌가 싶다.

 

1년을 인생의 전체로 본다면, 10월은 일생의 수확을 거둬들이고 노년의 생을 순조롭게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지구의 자전 속도를 우리는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는 밤과 낮의 길이로만 느끼게 되지만, 실제 속도는 시속 1,669km로 무척 빨리 돌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이 우리의 인생도 참으로 빨리 지나왔고 남은 생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가을만 되면 왜 사람들은 단풍 구경을 떠나고 도로마다 차량으로 가득 차 있고 전국의 명산마다 등산객들로 만원일까? 그것은 인생의 멋을 가을에서 찾는 건지도 모른다.

 

젊어서는 정신없이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온 시간들이지만 중년이 되면 조금은 마음도 몸도 여유로움을 갖고 인생을 즐기기 위함인 듯하다. 사람과 빌딩의 숲에서 벗어나 잠시 산을 찾아가면 산에 역시 사람 숲으로 울긋불긋하다.

 

우리 민족의 정서가 예로부터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라고 조상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처럼 늙어서는 몸이 잘 따라주지 못해 마음으로만 젊었던 추억들을 회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쉼 없이 산을 찾고 강의 찾으면서 숱한 추억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10월도 어느 새 중순으로 지나고 있다. 해 그림자도 점점 짧아져가고 겨울을 재촉하는 듯 하루하루 기온이 달라진다. 그래서인지 한 해 동안 계획하였던 것들을 빨리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도 덩달아 조급해진다. ‘조급할수록 천천히 가라는 말처럼 아무리 바빠도 자신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올 가을에는 오래된 스티커 앨범 속에 붙어있는 흑백사진들을 들춰보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 안에 가장 후회하고 아쉬운 것이 무엇인가를, 남은 생을 위해 어떤 모습으로 가을을 그려 가야할지를 생각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맞이해야겠다.

 

▲ 작가 한상림    

아니면,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라는 노랫말처럼 서랍 속에 들어있는 오래 된 만년필에 잉크를 넣고 예쁜 꽃 편지지를 사다가 손편지라도 써서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다.

 

곱게 물든 단풍잎도 모아서 책갈피에 꽂아두고, 긴 겨울밤 촛불을 켜고 7080 노래를 들어가며 쓰던 편지처럼 함께 바래져가고 있는 남편에게 연서(戀書)라도 한 장 보내주어 연애시절 풋풋하고 설레던 사랑의 빛을 되살리고 싶다.

 

프로필

 

한예총 전문위원

시인, 국제 펜클럽회원

시집 따뜻한 쉼표’ ‘종이 물고기

hsr59@daum.net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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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22 [20:13]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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