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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12.15 [23:03]
"따스한 시간의 온기를 담아내자"
<한상림 칼럼> ‘송년회를 이웃과 고향에서’
 
작가 한상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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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감! 한해 마무리하는 소중한 시간

 

해마다 연말이 되면 모든 기관이나 회사에서 평가대회와 송년회로 한해를 마무리한다. 뿐만 아니라 동문회나 향우회 혹은 크고 작은 친목회들도 한 달 내내 연말모임행사로 분분하다.

 

12월은 그야말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의례 술자리를 만들어 가면서 소란스럽게 한해를 보내는 것은 송년 의미에 어긋난다. 대부분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또는 두 달에 한두 번 만나는 얼굴들인데, 유독 12월 모임에 더욱더 의미를 두는 것은 왜일까?

 

▲ 대부분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또는 두 달에 한두 번 만나는 얼굴들인데, 유독 12월 모임에 더욱더 의미를 두는 것은 왜일까?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은 새해 첫날에 가장 많이 주고받는 말이다. 예전에는 카드나 엽서에 정성들여 손 글씨를 주고받으면서 연말연시 인사를 나누며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송년회를 ‘망년회(忘年會)’라는 의미도 붙였다.

 

그러고 보면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언제부턴가 성탄절부터 시작된 카드와 신년 인사 메시지는 사라져가고, 요즘은 SNS 문자나 동영상까지 다양하게 퍼져 있어 손쉽게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쉽고 빠르고 좋은 점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너무 똑같은 내용을 너도 나도 경쟁하며 퍼 나르는 기계냄새 풀풀 나는 문자들이라서 마음에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는 못한다.

 

대부분 송년회 자리에서 처음에는 다양한 건배사를 만들어 내며 직장 상하 동료들과 혹은 동문회나 친목 모임마다 특색 있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반드시 한두 명은 술을 과하게 마시고, 반드시 실수를 하게 되면서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것도 연이은 모임자리로 계속 술을 마시다 보니 몸은 망가지고 정신도 흐릿해지면서, 다음 모임에 가면 또 거절하지 못하고 마셔야 하는 게 술이다.

 

특히 한국인들은 자기 몸이 망가져도 내색 못하고 마셔주는 게 예의라는 생각에 거절하지 못하는데 이것은 바람직한 미덕도 아니고 예절도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살았다고 서로 격려하고 나누면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는 송년회 의미는 참으로 좋지만, 이렇게 굳이 술을 마시고 2, 3차까지 이어지는 여흥시간을 보내야만 의미 있는 송년회라고 할 수 있나 싶다.

 

어디 그 뿐인가? 관공서 단체장들이나 정치인들은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모임이나 행사장으로 인사를 다니느라 어느 행사 하나 제대로 자리를 끝까지 못한 채 인사만 겨우 몇 마디 던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더군다나 단체 행사장에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볼품없는 모임으로 치부하고, 스스로 받아들여서 섭섭하게 생각하니 아이러니하게 흘러가는 송년회 문화가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 송년회보다 시무식에 더 의미를

 

지난해 연말에는 필자가 소속해 있는 지역단체에서 평가대회를 곁들여 송년회를 필자가 직접 주관하였었다.

 

매해 구민회관에서 약 600여명을 초대하여 행사를 크게 치르다 보니 그야말로 보여주기 위한 행사처럼 인원동원에 각 동 회장들을 채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기존의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난 색다른 행사를 하고 싶어서 나름 고심한 끝에 시상식을 일단 없애고 서로 격려하고 나누는 자리로 준비했다.

 

약 150여명만 초대를 하고 회원들에 각자 서로 목에다 예쁜 스카프를 매주면서 “수고했다”고 등 두드려 주면서 안아주었다. 놀랍게도 기존의 형식과 틀에서 벗어난 행사를 진행하면서 분위기가 아주 좋아졌다.

 

장기자랑 시간에 서로 먼저 안 하려 빼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면서 흥겹게 마무리까지 잘 마치고는 헤어지는 시간에 많이 아쉬워하였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송년회와 시무식 두 가지 행사를 연거푸 하지 말고 송년회보다 시무식에 더 의미를 두었으면 한다.

 

그러니까 연말에는 조용하게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거나 병상에 누워있는 지인들을 방문해 위로해 주고, 조용히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하거나 가족회의를 열고, 평소에 자신에게 투자하지 못했던 일에 시간을 보내면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아니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을 한해가 가기 전에 꼭 하룻밤이라도 부모님 손을 잡고 잠을 자면서 부모 곁을 떠나기 전 모습으로 돌아가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그러면 잠시 추억속의 어린 시절 엄마 품에서 고이 잠들었던 따스한 온기로 마음이 차분해 질 것 같다.

 

마경덕 시인의 시 빈집은 우리들 가슴에 아직도 훈훈하게 남아있는 정겨운 그림 한 장을 꺼내보는 듯하다. 마시인은 빈집에 그늘이 한 자루라고 표현했다.

 

추녀 끝에 아직도 매달려 있는 씨종자와 폐허로 남아있는 잔풀들, 절구통 밑에 숨어있는 대추 몇 알, 그리고 바람의 성대만이 아직도 늙지 않은 빈집의 풍경은 쓸쓸하고 삭막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빈집은 단지 보이는 그대로의 폐가이기보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혹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이웃의 쓸쓸한 노인의 뒷모습이기도 하다.

 

우렁이는 몸통 안에다 알을 부화시킨 후 자기 살을 모두 내어준다. 어미 살을 모두 파먹고 자란 새끼들이 떠나버린 후 빈 껍질로 뒹굴고 있는 우렁이 모습이 지금의 우리 부모님 모습이다.

 

성인이 되어버린 나에게 빈집의 그늘은 이제나 저제나 자식을 기다리다 지쳐버린 부모님의 어두운 뒷모습이다.

 

사람이 살다 간 빈집이 그저 쓸쓸함과 적막을 담고 있는 폐가만은 아니다. 그늘이 존재하고 그늘 아래서 잡초가 자란다. 빈집은 적막과 고요가 그대로 자양분이 된다.

 

기울어가는 지붕을 받치고 있는 대들보와 여기저기 걸쳐진 거미줄, 그리고 대추나무와 감나무가 빈집을 지키고 있는 어린 날의 옛 집이 떠오르며, 한 시절 깔깔대던 아이들 웃음소리와 따스한 시간의 온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추억이 느껴진다.

 

 

▲  작가 한상림   

그렇듯이 자식들이 도시로 떠나가고 남은 고향에서 노심초사 자식 걱정으로 먼 하늘만 바라보며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님을 생각해 본다면 명절이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이 아니라 연말에 다시 한 번 찾아뵙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홀로 남으신 어머님들의 가슴은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실까 싶다.

 

2018년도 한 해가 가고 있다. 새해를 잘 맞이하자고 송구영신(送舊迎新)을 외치며 12월을 그저 송년회로 다 보내버리고 나면 몸과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함만 남는다.

 

새롭게 출발하는 2019년 1월을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담아서 출발하는 송년 문화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프로필

 

한예총 전문위원

시인, 국제 펜클럽회원

시집 따뜻한 쉼표 종이 물고기

hsr59@daum.net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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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1/27 [16:35]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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