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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12.20 [00:03]
'서독으로 파견된 간호사의 레터 수기’(6)
 
임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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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대를 회고해보면, 국민들의 지행합일적 헌신적 조국사랑은 부국강병의 초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만방에 한강의 기적을 알리는 힘찬 고동소리였다. 당시 서독에 간호사로 파견되어 노심초사 가족사랑과 불철주야 조국애를 불사른 레터 수기를 입수하여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지면을 생생하게 구성하여 주말 연재한다.(편집자주

 

 

송금을 어떻게 하면의견을 주세요

제 생활비 속엔 나중에 여행을 위한

얼마간의 저축도 포함되어 있답니다.

 

동아출판사 독일어 사전이 필요해요

한국인 부부가 식료품을 취급하는데

간장, 조미료, 멸치, 쌀 등을 팔아요.

 

 


 

어머니 아버지께(1) <1970.11. 22>

 

그 동안도 안녕하십니까? 11월도 벌써 하순으로 접어들었군요. 몸 건강하신지요? 그 많은 추수 일을 어떻게 감당하셨는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저는 그런대로 잘 지냈지만 편지쓰기를 손에 잡지 못했군요.

 

그리고 유감스럽게 전에 살던 방보다 더 비싼 방으로 이사를 해야 했어요. (전에 살던 기숙사는 사무실로 만든다고 하네요). 대신 저는 세면 시설이 있는 방에서 생활하게 되었군요.

 

우리 병원으로는 한국 간호사들이 자꾸 모여들어요. 그러다보니 우리 기숙사에 10명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나 일하는 병동에는 한국 사람이 세 명이에요.

 

한국 사람이 많으면 좋기도 하지만 독일어를 배워야 하므로 한 병동에서는 좀 그렇군요. 그건 그렇고 지난 1113일에 300마르크 송금했는데 받으셨는지요? 날마다 집에서 오는 편지를 기다리다 없으면 실망합니다. 그리고서 자책을 합니다. ‘내가 편지를 더 자주 써야지 뭘 기다려!’라고요.

 

아버지 어머니 농사는 풍작입니까? 병환이는 어느 고등학교를 가게 됩니까. 옥희 경선이도 공부 잘하고 엄마 말씀 잘 듣는지 궁금하군요.

 

얼마 전엔 독일 정부 초청으로 한국대표 대학교수와 박사들 5명이 베를린을 방문 는데 옆방 언니의 지인분이 있어서 모두 초대해 한국 음식 차려놓고 한국 이야기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지금도 돈 때문에 머리 아프시죠? 동아 출판사 독일어 큰 사전이 꼭 필요한데요. 항공편으론 너무 비싸겠고 배편으로는 석 달쯤 걸린다고 하니 아버지 어머니께서 잘 알아보시고 무조건은 아니고 될 수 있는 대로 보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보낸 돈이 2,160마르크였지요? 방을 옮기고 보니까 전에 600마르크에서 10마르크가 빠져서 나오는군요. 앞으로 송금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어떤 계획이라도 있으신지요?

 

제 생활비 속엔 나중에 여행을 위한 얼마간의 저축도 포함되어 있답니다. 계속해서 매달 보낼까요? 목돈이 필요할 때는 저축했다가 한꺼번에 보낼 수도 있지만 우리 집이야 목돈이 필요치 않겠고 말예요. 아버지 어머니께서 의견 주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해야 더 좋을 것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아버지 건강은 어떠신지요? 독일의 의약품 법은 대단히 철저하답니다. 의사의 처방이 없이는 아무 약도 아예 살 수가 없군요. 소수의 가정상비약만 제외하고요. 말이 좀 더 통하면 제가 힘을 기울려 알아보겠습니다.

 

이곳 환자들은 병원에다 조금의 돈도 내지 않습니다. 거의 의무적으로 보험에 들게 되어 있어서 병원 측에서는 환자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고 보험회사에서 치료비를 받는답니다. 의사와 환자들 사이에 전혀 돈 관계가 없기 때문에 얼마나 자연스럽고 다정하겠습니까?

 

그럼 어머니 아버지 우리 집의 즐거운 소식을 또 기다려 보겠습니다. 부디 몸조심 해주십시오. 이 곳 날씨도 많이 추워졌고 11월 초에 이미 눈이 소복이 쌓여 며칠을 녹지 않았었어요.

 

요사이는 해를 보기가 힘들군요. 금방 비가 올 것 같은 잿빛 하늘입니다. 만약 비가 왔다 해도 곧 그치기 때문에 비 맞을 새가 없는 그런 날씨입니다. 우리 온 가정에 행운이 같이 하기를 기원하면서 불초 딸이 독일에서 소식 올렸어요.

 

 


 

 

어머니 아버지!(2) <1971.01.16.>

 

 

늦은 서신 죄송합니다. 보내주신 독일어 큰 사전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는지 모릅니다. 아버지, 편찮으신 몸으로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어머니는 어떠세요?

 

저는 다 괜찮습니다. 그 추운 날씨에 호호 손을 불며 큰 딸 걱정을 하시고 계실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저 자신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정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시험은 어찌 되었고 또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가게 될까요?

 

영희, 병환, 옥희, 경선 모두 궁금합니다. 오빠는 이제 몇 달만 있으면 제대하겠네요? 아버지, 어머니! 아무튼 우리 온 집안이 평화롭기를 빕니다. 지난 달 600마르크는 잘 받아보셨는지요? 어제 115360마르크를 보냈습니다.

 

저는 날마다 병동에서 파란 눈동자의 사람들과 많이 웃으며 즐겁게 지낸답니다. 식생활은 어느 한국 부부가 한국인을 위한 식료품을 취급하는데 간장, 조미료, 멸치, , 장아찌 등등을 팔아요.

 

식료품은 홍콩, 일본, 또는 폴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오는 것들이라고 하네요. 이번에 쌀이 한 포대 50kg들이로 나왔는데요. 값이 60마르크였어요. 우리나라 쌀 못지않게 밥이 기름지고 맛있군요. 저는 25kg 반포를 들였답니다.

 

 


 

부모님 다음 달엔 매일 나가는 독일어 학교에 나가고 싶습니다. 수업료가 매우 비싸지만 앎은 나의 생활을 좌우할 자산이지 않습니까? 1달에 200마르크 이상이나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잘못 생각하는 것일까요?

 

옆 병원에 의욕 있는 몇 명과 시험도 보았는데 제가 가장 높은 점수로 한 단계 더 높은 클래스에 들어가게 되겠어요. 지금까지 다닌 학교는 일주일에 한 번뿐이어서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했거든요.

 

저는 또 일주일에 한두 번 예배시간을 갖는답니다. 때로는 내 방에서 혹은 돌아가며 다섯 내지 열 명이 만나기도 한답니다. 지도해 주는 독일 이르마, 요한나 언니 두 분은 우리를 위한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 일자리까지 변경하면서 정성을 다해주는군요.

 

또 한글을 배우는데 아직 이해하거나 말을 하진 못하지만, 한글을 그 사이에 하나도 틀림없이 다 읽어 넘기는군요.

 

유감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에 독일 사람이 한글을 배울 수 있는 교제가 없다는 것이에요.

 

국제 결혼한 독일 남편이나 이 언니들처럼 한국어를 배우려는 독일인들은 이북에서 동독을 통해 나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동무같은 이상한 말들이 많은 이북 교제를 가지고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군요.

 

그렇지 않으면 한글을 영어로, 영어를 독일어로 번역해서 나오는 불편한 교제밖에 없다고 하니 유감입니다.

 

항상 염려되는 게 있습니다. 자취방 동생들 연탄가스 조심하라고 일러주세요. 엄마 어깨는 다 나으셨죠? 두 분 부디 몸 건강하시고 모두가 잘 되길 빕니다. 저를 염려하는 어른들께 모두 인사 전해주세요.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임옥진 프로필

독일 베르린 자유대학병원 근무

英國 The Bible College of Wales 졸업

한국여자신학교 영어교수

<역저> ‘영적인 싱글

하나님의 능력과 연결되는 믿음

당신의 교회는 준비되어 있는가?’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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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05 [23:12]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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