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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4.22 [23:02]
“사랑하면 그때 보이는 것 전과 같지 않아”
<양은진 칼럼> ‘사춘기 아이와 갱년기 엄마의 대치’
 
양은진 칼럼니스트

측은지심이 사랑의 시작이라고 했던가?

아이를 낳는 순간에 샘솟는 모성애가

갱년기로 물렁해진 흐릿한 심신이지만

넓은 마음이 결국 이해심 원천이 된다.

 

▲ 양은진 칼럼니스트

새해가 되면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연구해서 발표하는 책이 있다. 소비 트렌드는 물론 웰빙이나 소확행 등 삶의 방향까지 알려주면서 우리 사회가 또 그 안에 속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확인해 볼 수 있기에 우리 삶의 기준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이처럼 트렌드는 패션 뿐 아니라, 교육에도 있는데,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막 독서교육에 대한 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와중에 어렵게 찾아서 들었던 강의 주제는 태교부터 시작하는 자녀 독서교육인데, 강사는 당시 독서광인 푸름이 아빠였다.

 

독서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다방면에서 두툼하게 아이를 챙길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내게는 독서의 중요성 못지않게 아이의 성장과 심리에 대한 한 토막의 에피소드가 더 인상적이었다.

 

만약 아이가 컵에 든 음료를 돌리다가 떨어뜨리거든, 그것은 원심력을 배워가는 과정구나 하고 아이를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말씀이 자기가 해내고 싶은 마음과 엄마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그 심리를 이해하라는 말씀이 남들이 말하는 미운세살과 죽이고 싶다는 일곱 살을 무난하게 넘기고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이를 길러낼 수 있었다.

 

하루는 싱크대를 열어서 찾아낸 밀가루를 쏟아, 부엌바닥에 잔뜩 범벅을 해 놓고서는 싱크대 안에 들어가서 동굴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 참에 싱크대에 남아있던 냄비와 후라이팬을 정리할 요량으로 아예 모두 꺼내주고 주걱과 국자로 난타 놀이를 하게 해주었는데 얼마 후 가루야 가루야라는 밀가루를 가지고 노는 프로그램이 유료로 오랫동안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방법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또박또박 말대꾸를 하고 예와 아니오가 명확한 일곱 살 때는 오히려 늦된 말이 터짐에 감사하게 되고 소심한 둘째가 자기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 반갑기만 했다.

 

 

 

세월이 흘러 두 아들이 각각 중학교 1,2학년의 사춘기를 지나고 있다. 북한에서 차마 전쟁을 벌이지 못하는 것이 남한의 중학교 2학년 때문이라는 우스개소리가 방증하듯이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 자신을 찾기 위한 터질 듯한 고민을 하며 자라고 있는 그들이기에 나도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딸 없이 아들 둘만 키우는 나를 주변에서 측은하게 바라볼 때마다 남편과의 관계에 신경을 쓰고 어쩌면 아이들이 말하는 그 즈음부터 나는 오로지 사춘기만을 의식하며 아이들을 키워왔다.

 

예를 들어 필자의 작은 팁으로 사춘기가 되면 문을 탕 닫고 들어간다고 해서 우리 집은 일찍부터 문을 꽉 닫지 않고 1센티미터 정도 열어놓는 것을 규율로 정해놓았다. 물론 사생활을 위해 아들의 방에 들어갈 때는 노크를 하고 무언가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감출 수 있는 시간을 5초 정도 주고 방문을 연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야하는 절체절명의 의무감 이외에 그들은 어려운 공부도 치열하게 해야 하고, 예의범절을 다그치는 부모 뿐 아니라 학교에서 요구하는 봉사활동에 적성을 살린 동아리 활동 그리고 아들에게 가장 중요한 친구들과의 관계도 잘 꾸려가야 한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정리를 하고 나면,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또 직장에서는 선생님으로 여러 역할을 해내야하는 나의 불만은 쏙 들어가고 그들을 더욱 이해해야겠다는 맘이 든다. 정신없이 날이 흘러가는 나보다 최소한 아들이 더 힘들기 때문이다.

 

측은지심이 사랑의 시작이라고 했던가? 아이를 낳는 순간 아빠와 달리 무한 샘솟는 모성애가 비록 갱년기로 물렁해진 체력으로 흐릿해지기는 해도 아이를 알게 되는 마음이 결국 이해심의 원천이 된다.

 

남자 아이들은 워낙 말수가 없고, 학교 생활을 얘기해주지 않는다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었지만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 물어보지 않고 급식의 반찬 중 뭐가 가장 맛있었는지, 점심시간이나 체육시간에 뭘 하고 뛰어놀았는지 물어본다면, 생각 이외로 술술 대화의 물꼬가 터지는 것을 느낀다.

 

정조시대 유학자 유한준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이게 되는데,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만약 사춘기 아이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면 다른 공부보다 우선해서 그 아이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도록 공부해보길 권한다.

 

우리는 엄마라는 큰 무기까지 장착하고 있기에 분명 전과 다른 방법으로 더 많이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프로필

2012년 예술세계 등단

) 안양 샘병원 치과의사

대한여자치과의사협 이사

10EBS 스토리기자

yeji3929@daum.net

https://blog.naver.com/yeji3929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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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01 [22:52]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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