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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9.17 [05:02]
“그냥 내버려 두면…다른 희망은 자란다”
<이춘명 시인> 삶의 지혜 ‘let it be’
 
이춘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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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남자를 가슴 깊숙이 받아 들였다.

 

즐겨 부르는 팝송이다. 나의 주제곡이다. 원곡의 후렴 부분 4번을 4번씩 부르다가 이불 속에서 10번을 10번씩 했었다. 수돗물을 틀어 놓고 10번을 10번씩을 여러 번 했었다. 등산객이 드문 산길에서 10번을 10번씩 부르며 화를 삭히고 용기를 꺼내고 용서를 찾아냈다.

 

나는 두 명의 남자를 가슴 깊숙이 받아 들였다. 그들은 영리하게 자기 일만 하고 갔다. 그들이 남겨놓은 일을 나는 어리석게 남의 일만 하고 있다. 그들의 미래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분명한 것은 나는 이익을 보고 있다. 그들을 내버려뒀을 뿐이다. 순리대로 풀어지고 있다.

 

근간 나를 만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말이 있다. 내색이 없어 속을 알 수 없다고들 한다. 성질이 급하고 직설 화법의 성격이었다. 지나친 정의파였다. 무디고 느리고 더디고 감추는 부류로 속해지는 비결은 나의 단련된 성향이 근본이었다.

 

그냥 순리대로 흐르게 놔두었던 내공이었다. 담담하게 모든 일을 받아 들였다. 극하게 손해 봤다거나 기가 막히게 행운을 얻었다. 저울질을 하지 않았다. 나쁜 일은 나쁜 방법으로 나를 깨우치고 좋은 일은 좋게 변화 시킨다.

 

 

▲ 그냥 순리대로 흐르게 놔두었던 내공이었다 pixabay.com   

 

봄부터 가을까지 주말 저녁의 엔돌핀은 야구장에 가는 나들이이다. 개인 마킹을 한 유니폼을 입고, 유광 점퍼를 걸치고 응원석 옆 1루 레드 지정석에서 실컷 소리를 지르고 왔다. 서울 팀을 응원 한다. 오늘은 서울 팀의 홈경기로 수비 먼저 시작하였다. 마산 팀의 원정 경기 날이었다.

 

굳이 어느 팀이 지든 이기든 그다지 나에게 감정을 흔들지 않는다. 8회 말로 끝나든지 연장전을 하든지 따라서 응원가를 부르고 춤을 추고 손짓을 하고 깃발을 흔들고 수건을 흔들며 어울렸다.

 

왕복 4시간의 소비는 나를 평정심으로 돌려주는 건전한 진통제이다. 한바탕 목이 쉬어 귀가하는 어두운 밤은 수많은 걸음에 밀리면서 2호선 종합운동장 역을 빠져 나오는 오늘이다. 매일 나를 공격한 것들에 무모하지 않은 전투를 마친 뭔가 꽉 찬 하루는 부드럽게 저물고 있다.

 

짧은 학력으로 지식의 충만은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별의별 잡화상만큼의 인생 역사로 나름 삶의 지혜는 독특하다. 남들이 보고 듣지도 않을 경험들을 겪고 이기고 싸우며 하나 둘 꾹 꾹 눌려 숨겨놓은 용기의 방망이로 안타를 치고 있다.

 

인내로 긴 긴 고독도 통과했다.

 

시행착오로 실패도 많았다. 인내로 긴 긴 고독도 통과했다. 자식을 낳았던 혼자 견딘 진통보다 나를 흔들고 시험에 들게 한 두 남자가 준 아픔은 언어로 대변할 수 없을 정도이다. 풀어내지 못할 만큼의 분노에 순리대로 맡기자라는주문은 나를 부활시키는 최면이 되었다.

 

그늘도 되어주고 평평한 의자도 되었다고 인정하는 나를 나는 다시 쓰다듬는다. 지금 나는 흔들바위로 떨어지지 않고 부서지지 않는 거대한 바위로나를 의지하는 약한 소리를 보호하는 승리자가 되었다.

 

내 힘으로 풀 수 없는 고난과 미분 적분보다 어려운 삶의 굴레마다 나는 그냥 바라보았다. 살려주든 죽여주든 뜻대로 하소서라는 기도에 열중하며 그대로 놔두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원음을 듣는다. 번역 가사를 한줄 한 줄 가슴에 새기며 한 마디 한 마디 되씹어 따라 부른다. 허망한 희망들이 남긴 좌절도 가사와 바꾸며 휙 던져 버린다. 미친 듯 빠져 들었던 열정들에게 받은 공간적 시간적 물질적 동물적 배신의 찌꺼기도 훅 멀리 보낸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견딜 수 없었던 그것들이 다 지나갔다. 아마 꽃길만 남았을 것이다. 나는 확신한다.

 

세상의 모든 성가정에서 다른 모습의 가족으로 살고 있다. 비혼모. 미혼모. 동거가족. 입양가족. 다문화 가족들 속에 나에게 두 남자가 준 불명예는 평생의 짐이 되고 있다. 나에게는 생과부라는 문패를 달아 준 한 사람. 자식에겐 미혼모라는 인두질을 지지고 간 한 사람은 내 조국 같은 지역 손끝으로도 닿을 수 있는 하늘 아래 아스팔트 끝쯤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나는 더 이상 손대지 않는다. 손익 계산서로 치고 빠진 두 사람에 대한 거래를 외상 장부에서 지워 놓으며 나도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평범하지 않는 조합으로 겉으로 평범하게 순탄하게 살아가는 노력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어제보다 더 나아지고 있다.

 

▲ 그게 뭐든지 오거라 그래 언제든지 가거라 하는 나만의 레시피이다pixabay.com 

 

 

가끔 참을 수 없는 울분이 솟구칠 때

 

가끔 참을 수 없는 울분이 솟구칠 때 남은 가족들을 부둥켜안고 살자 사랑하자 하며 뭉친다. 그리고 그냥 물 흐르듯 쓸려가자 위로한다. 지금은 삶이 역류하는듯 해도 간섭하지 말자 다독인다. 나의 삶을 단번에 개조하려 하지 않는다. 내버려 두자 담금질 하고 있다. 남의 삶을 건드리지 않는다. 내가 갚을 차례에 내가 먼저 참는다. 그 후의 일은 참여하지 않는다.

 

6월을 여는 날 주말 저녁 야구장에서의 함성은 나를 추스르는 중요한 중간 평가의 시간이다. 낯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시선으로 같이 어울리는 시간은 집에 돌아와도 여운이 달콤하다. 스트레스를 쏟아낼 수 있는 취미는 꼭 한 두 가지는 있어야 한다. 나는 야구장에 가는 것이다. 가족 나들이이다. 힐링 시간이다. 더 겸허해지고 성숙되어지는 속성 변화구이다.

 

어떠한 전쟁에도 나는 평화적인 싸움으로 맞붙는다. 어떠한 공격도 나는 두렵지 않다. 내 손에 무쇠도 없고 날카로운 금속도 없다. 무기 없이 삭히고 느끼고 깨물었던 오기는 지혜의 비밀 소스가 되어준다.

 

도움의 손길을 부르기 전 혼자서 얼마든지 부딪쳐 버틸 수 있다. 그것은 단순한 정당함이다. 창살 없는 감옥에서 생활 전선으로 전방을 지키는 유일한 내 혈육을 지켜주는 날마다 나는 순리대로 내버려 두자라고 되씹고 있다.

 

1,450일 되는 심장을 멈추지 않고 살아내는 내 삶의 예상치 않은 선물을 아끼고 지키는 오늘 나는 또 흥얼흥얼 let it be 노래를 부른다. 그게 뭐든지 오거라 그래 언제든지 가거라 하는 나만의 레시피이다.

 

나는 주저앉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낙오자라도 괜찮아, 절름발이라도 괜찮아, 그냥 살아가는거야. 모든 것은 한 때일 뿐, 정류장에 멈추다 가는 정기적인 버스처럼 지나가고 있는거야 달래본다. 기쁨도 아픔도 견딜 수 없는 슬픔도 모두가 흘러가고 있다.

 

즐겨 부르는 한 곡의 노래는 나의 수호천사로 늘 내 입술에 달려 있다. 비록 유창한 발음이나 정확한 음정 박자는 맞추지 못한다.

 

그러나 아차! 경계구나라고 나를 추슬러야 할 때 나를 소름끼치게 하는 위험에 나는 그 노래를 부른다. 야구장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나이를 잊고 어울렸던 흥분도 노래에 실려 음률에 춤추게 한다.

 

그리고 짧게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냥 내버려 두면 돼. 물 흐르듯 지나갈 거야. 모든 것은 순리대로 풀릴거야 한다. 번역 가사를 읽고다시 읽으며 모든 것은 지나간다라고 나를 차분히 토닥여준다. 부를 때마다 나의 가슴에 다른 희망은 자란다.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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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02 [23:04]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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