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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10.17 [07:00]
송골매 모진 부리세워 하늘탐탐 흘겨 보다
(POET VIEW) 林 森 '만추 그리고 하늘'
 
림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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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bay.com



 

 

'만추, 그리고 하늘'

 

 

  
 林  森

 

시월이라

무기력한 햇살 한 조각

팔다리 흐느적대며

달콤한 첫 키스의 유혹인 체

산등성 기웃거리다가는,

 

지친 눈자위

쉴 데라곤 어디 한 구석도 없는

빼곡한 협곡에서 길마져 잃었으니

그럴 줄 알았더면

이름표라도 달 걸,

 

숲 길 어디 쯤의 한적한 공터

하반신 드러내고 선

임자목 그루터기에 걸터앉은 바람 자락

송골매 모진 부리세워

하늘 탐탐 흘겨 보다

 

노기등등 손가락 활짝 펴고선

햇살입네 흐리멍텅한 눈동자

단숨에 찌를 듯

맹렬한 기세 올려

시비걸고 섰는데

 

낮이라 해도 이름 뿐인 햇살이라면

차라리 날려버리거라,

그 누가 시월의 하늘

맑디 맑은 푸르름이라

헛소리 하는가

 

 

 

 

詩作 note

 

 

 

! 귀뚜라미다. 맞다. 바로 네 녀석이었구나. 하마 이 계절 영근 지 진즉에 지천이라 이젠 신물날 만도 하건만, 안즉도 밤이면 제대로 잠 들지 못하고 끙끙대며 가을앓이에 시달리는 필자의 이 선천성 배냇병의 원흉이 대관절 누구인가 여간 궁금한 게 아니었거늘, 가만가만 추적해보니, 한 두 해도 아니고 평생을 따라다니며 심장을 살금살금 갉아대던 바로 그 불가사의의 꼭지점에 귀뚜라미란 녀석이 떡 하니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게다.

 

가을이 오면 가차 없이 시작하여, 가을 내내 이어지다가, 가을이 온전히 저물 때 까지, 가을의 전령사 역할을 하며 필자의 벗으로, 연인으로, 이웃으로, 가족으로, 시시때때로 중국 고전의 변검인 양 행세하며, 필자를 기다림에, 그리움에, 외로움에 몸살나게 만들었던 녀석들. 그리고는 짧은 가을이 질 제면 훌쩍 야속하게, 이별의 조짐도 없이 슬그머니 뒤돌아섰던 녀석들, 그 귀뚜라미가 이 밤에도 영락 없이 필자의 창을 두드린다.

 

오늘도 이른 새벽 등산길 나설 참에 첫 걸음 떼는 시작부터 울어대기 시작하더니, 행여 필자의 등산 여정 고적할세라 서로서로 연락 주고 받으며, 끝나고 내려올 때 까지 이어달리기 하듯 귀뚜라미는 끊임 없이 울어주었다. 가만히 귀 기울이니 아마도 귀뚜라미도 저마다 달려있는 성대가 다른가보다. 목청껏 울어대기는 매 한 가지인데, 목소리가 유난히 우렁찬 녀석도 있고, 가까이에서 우는 데도 들릴 듯 말 듯 가냘픈 소리도 있다. 길게 여운을 남기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짧게 끊어지며 확실하게 제 존재를 드러내는 소리도 있다.

 

암컷을 향한 구애의 소리가 분명한 듯 감미로운 목소리로 우는가 하면, 사랑하는 님을 떠나보낸 듯 구슬픈 하소연의 소리가 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녀석들도 나름의 의사 소통 구분이 소리에 담겨있는 것 같다. 한참 동안 귀뚜라미 소리에 심취하여 산행을 마치고 났더니, 정작 필자가 귀뚜라미라도 되어진 듯 도무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한 낮의 일상 동안에도 계속하여 환청처럼 그 울음 소리들이 그치지 않고 귓전을 울리더니, 야심한 이 시각 불현듯 기다렸다는 양 목청을 드높인다.

 

깜짝 놀라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세상에! 대책 없는 환청이 아니었다. 분명 아파트촌의 한 가운데에, 게다가 고층에 위치한 필자의 숙소인데, 어디에서 머물다가 이 시간 예고도 없이 나타나 필자의 창을 노크하며 아련한 목소리로 불러대는 거였을까? 이 층의 높이가 얼마인데 그토록 가냘프면서도 간절하게 부름의 신호를 전해줄 수가 있었던 겐가? 시끄럽고 요란한 세상의 소리에 길들여져 있던 귀청이, 모처럼 청아하고 그윽한 소리의 샤워에 하늘로 날아오를 듯, 절로 상큼한 사이다 마음이 들었다.

 

귀뚜라미가 우리 곁에서 더불어 호흡한 건 퍽이나 오래 된 이야기지만, 근래에 와서는 특히 이런 저런 이유로 더 가까이 다가온 게 사실이다. 물론 그 중에는, 이제까지의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문학이나 예술적 대상으로의 입장과는 다소 상이한, 식용이나 사료용으로의 효용 가치, 또는 애완용이나 특별한 기호의 대상으로 귀뚜라미 싸움에 이용하기 위한 목적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귀뚜라미와 사람의 사이는 고금을 통해서 퍽이나 친숙함에는 틀림이 없다.

 

관심을 기울여 귀뚜라미에 관해서 조금 더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곤충강 귀뚜라미과의 곤충이라는 분류가 우선 눈에 뜬다. ‘절지동물문 메뚜기목에 속하며, 귀뚜라미과에는 긴꼬리류’, ‘방울벌레류’, ‘땅강아지귀뚜라미들을 포함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약 900종이 기록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40여 종이 알려져 있다. 귀뚜라미의 생태를 살펴보면, 체색은 흑갈색 또는 갈색이며, 몸 형태는 원통형이다. 머리는 둥글며, 한 쌍의 겹눈과 세 개의 홑눈을 가진다. 복부 끝에는 한 쌍의 미모가 길게 뻗어 있다.

 

흔히 귀뚜라미로 불리는 종은 근래 탈귀뚜라미란 국명으로 개칭되었는데, 몸색깔은 황갈색이며 머리는 앞가슴등판보다 폭이 넓고 둥글다. 몸길이는 1518정도이다. 홑눈 사이의 가로띠 무늬가 선명하고 수컷은 머리에서 턱이 크게 돌출하여 탈을 쓴 것처럼 보인다. 암컷의 산란관은 짧은 편이다. 귀뚜라미는 연 1회 산란하며 불완전변태과정을 거쳐 늦여름에서 가을까지 성충시기를 보내다가 알 상태로 월동을 한다. 이 때 암컷은 땅속 또는 식물조직 내에 산란한다.

 

앞날개에 발음기를 가진 수컷은 이를 비벼 노래한다. 뒷날개는 막질로 이루어져 있으나 대부분 비행 능력이 없다. 잡식성이며, 밤에 주로 활동하는 야행성이다. 주로 다른 곤충 또는 식물을 먹고 산다. 서식지는 다양하지만 풀숲이나 돌 밑, 덤불 등지에서 흔히 관찰된다. 귀뚜라미는 최근에는 식용으로 활용되는 생물자원이지만 가을을 대표하는 곤충으로 밤에 내는 소리를 외로움, 나그네의 설움, 아름다운 음악 등으로 묘사한 문학작품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많다. 또한, 전통적으로 한방에서 전통약재로 쓰였으며 애완곤충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귀뚜라미를 가을에 채집하여 끓는 물에 죽여 말려서 약재로 활용하였으며, ‘본초강목에서는 방광괄약근 흥분작용수뇨관(輸尿管) 완해(緩解)작용이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귀뚜라미는 메뚜기[]와 비슷하지만 작고, 칠과 같은 광택이 있으며 날개와 더듬이가 있다. 여름에 성장하여 가을이 된 뒤에 흙, , 벽돌, 기와 밑에서 울기를 좋아하며 싸움을 좋아한다. 고기를 쌀알만큼씩 썰어서 영사(靈砂: 수은을 고아서 결정체로 만든 약제)와 섞어주면서 기르면 잘 싸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옛날 황제들이 즐겼다는 귀뚜라미 싸움이 일반인들에 퍼져 귀뚜라미 협회까지 결성돼 귀뚜라미 싸움을 즐긴다. 속담에 알기는 칠월 귀뚜라미”, “아는 법이 모진 바람벽 뚫고 나온 중방 밑 귀뚜라미등으로 유식한 듯 일에 나서는 사람을 일컫는 말도 있다. 국내 전역에서 발견되며 세계적으로는 중국,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등 여러 지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2015농림축산식품부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귀뚜라미를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하였다. ‘쌍별귀뚜라미2016년 일반 식품원료로 인정돼 식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모처럼 골치 아픈 학술적 서술이 길게 이어졌다. 애초에 귀뚜라미를 눈여겨 보면서 언젠가는 한 차례 주연으로 등장시키리라 작심하고 있었던 차이니, 새삼스러울 건 없다. 올 가을에도 언제나 필자의 곁에서 때로는 친근하게, 또는 우아하게 모습을 뽐내다가 때가 되면 제 나라로 돌아갈 귀뚜라미이니, 곁에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한결로 보듬어주면서 편한 윤회의 진리를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해야겠다.

 

그래봤자 얼마 안 남았을 터다. 이미 산자락에는 만개한 들꽃무리들이 색깔을 유지하려 무진 애를 쓰고 있는 위로, 높은 나무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곱다이 물들었다. 산등성이의 억새는 불쑥 고개를 내밀어 무서리 내릴 새벽을 손으로 헤아리고 있고, 먼 길 떠날 기러기들 채비를 갖추느라 푸더덕 바삐 깃 터는 소리도 제법 요란해지는 이즈막이다. 어영부영하다가는 가을의 맛도, 멋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한 채 또 허무하게, 책도 한 권 읽어보지 못하고 이 가을과 헤어져야 할 거다. 문득 정신줄 잡아 필자의 주변을 훑는다.

 

지금부터 약 90여 년 전에 영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시골 소년이 런던의 어느 큰 교회를 찾아갔다. 소년은 집이 몹시 가난해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없게 되자, 교회의 도서관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그나마 공부도 하고 책도 읽으려고 무작정 올라온 것이었다. 소년은 목사가 외출하고 없자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소년의 등 뒤엔 수많은 책들로 가득했다. 그것을 바라보는 소년의 눈에는 반짝 빛이 났다.

 

흥분한 소년은 책을 둘러보다가 한 쪽 구석에 두껍게 먼지가 쌓인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볼품이 없는 그 책은 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듯 했다. 소년은 먼지라도 털 생각으로 책을 꺼냈다가

차츰 그 내용에 빨려들게 되었다. 그 책은 페브리에동물학이었다. 소년은 서서 그 책을 열심히 읽었다. 마침내 마지막 장을 읽었을 때 뒷 장에 이런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곧 런던법원으로 가서 1,136호의 서류를 가지십시오.”

 

어리둥절한 소년은 곧장 법원으로 달려가 서류를 받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서류엔 소년에게 400만 달러의 유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소년은 눈을 비비며 다시금 꼼꼼히 서류를 읽어보았다. “이것은 나의 유언장입니다. 당신은 나의 저서를 처음으로 읽어주신 분입니다. 나는 평생을 바쳐 동물학을 연구하고 책을 썼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권의 책만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도서관에 기증하고 나머지 책은 모두 불살랐습니다. 당신이 그 교회의 내 유일한 저서를 읽어주셨으니 내 전 재산을 드리겠습니다. - F.E. 페브리에

 

그 사건은 영국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모두들 엄청난 유산에 관심이 쏠렸다. 소년은 페브리에의 뜻을 기려 영국 전역에 도서관을 세웠다. 그리고 좋은 책을 보급하는데 힘썼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평생을 보냈다. 책 한 권이 소년에게 놀라운 행운과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물론 이런 행운을 바라고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책 속에는 당장의 행운은 아니더라도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언젠가는 반드시 커다란 축복으로 돌려줄 무한한 보물이 잔뜩 들어있다. 그걸 스스로 캐내는 작업이 곧 독서라는 일련의 행동이다.

 

가을은 유난히도 자신의 삶을 관조하고 반성하는 계기를 많이 만들어주는 계절이다. 날짜 상으로는 제일 짧은 것이 분명함에도 가장 많은 사연과 풍경들을 품고 있는 것이 가을이다. 다른 계절들에 비해서 생각과 사고가 많이 요구되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가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지기도 하는, 그래서 인연이라는 인과율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해주는 의미의 계절이다. 그렇기에 유독 가을에는 사람들이 예민해지고 감수성이 살아나는 이유가 이것이다.

 

한 호주 여성이 학교 졸업 후 은행에서 일하다가, 평생 할 일이 아니다 싶어 그만두고, 꿈을 찾기 위해 영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거기에 있는 동안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 노인 병간호였고 호주에 돌아와서도 틈틈이 작곡공부를 하며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했다. 그런데 이 아가씨가 붙임성이 워낙 좋았는지, 사람을 편하게 했는지, 자신들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안 노인들은 아가씨에게 평생 사는 동안 후회되는 일들을, 묻기도 전에 다들 줄줄이 얘기했다.

 

이 아가씨는 들은 얘기들을 정리하다가 똑같은 얘기들이 반복된다는 걸 깨달아, 가장 많이 들은 다섯 가지 후회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책으로 엮어냈다. 그리고는 바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 책에 있는 기사를 옮긴다. ‘죽기 전에 가장 많이 하는 후회 TOP 5’ 라는 제목이다. 첫 번째, ‘난 내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했다. 따라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대신 내 주위 사람들이 원하는 (그들에게 보이기 위한) 삶을 살았다.’ 두 번째, ‘그렇게 열심히 일 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더 많이 보냈어야 했다. 어느 날 돌아보니 애들은 이미 다 커 버렸고 배우자와의 관계조차 서먹해졌다.’

 

세 번째, ‘내 감정을 주위에 솔직하게 표현하며 살지 못했다. 내 속을 털어놓을 용기가 없어서 순간순간의 감정을 꾹꾹 누르며 살다 병이 되기까지 했다.’ 네 번째, ‘친구들과 연락하며 살았어야 했다. 다들 죽기 전 얘기하더라고 한다. “친구 OO를 한 번 봤으면...”하고.’ 다섯 번째, ‘행복은 결국 내 선택이었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는데 겁이 나서 변화를 선택하지 못했고, 튀면 안 된다고 생각해 남들과 똑같은 일상을 반복했다.’

 

순위를 보면 그 중에 돈을 더 벌었어야 했는데.’ ‘궁궐같은 집에서 한 번 살았었으면.’ ‘고급차 한 번 못 타 봤네.’ ‘애들을 더 엄하게 키웠어야 했는데.’라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특별할 것도 없고 이상하게 생각할 것도 없는 지극히 소소하고 당연한 바람의 부족함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해당되는, 평생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들이었던 것이다. 언제나 당연하게 곁에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 그래서 특히 관심을 기울이지도 신경을 쓰지도 않는 가족들, 그들이 바로 삶의 보물이며 보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작은 일에서부터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가족들 앞에서는 너무 쉽게 화를 낸다. 남들 앞에서는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참을 수도 있는 문제를, 가족이라는 이유로 못 참아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서로 허물없다는 이유 때문에,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는 편한 관계라는 핑계로, 발가벗은 감정을 폭발시키는 경우가 얼마나 흔한가? 하지만 그 어떤 경우라도 뜨거운 불은 상처를 남기게 마련이다. 불을 지른 쪽은 멀쩡할 수 있겠지만, 불길에 휩싸인 쪽은 크건 작건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내 곁에 가까이 있어서, 나 때문에 가장 다치기 쉬운 사람들,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상처 자국을 가족들에게 남겨왔던가? 우리는 가장 가까운 이에게, 함께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남긴 그 많은 상처들을, 이제는 생각과 말과 행위로 보듬어줄 때인 것 같다. 나로 인해 상처를 주기 보다는, 나로 인해 기쁨을 줄 수 있고, 나로 인해 모든 이가 행복했으면 참 좋겠다. 우리 모두는 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소중하기에, 조금씩 놓아 주어야겠다.

 

가정은 생각과 말과 행위로 행복을 저축하는 곳이지 행복을 캐내는 곳이 아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해보고, 혹여 생각과 말과 행위로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귀뚜라미 울어예는 이 가을, 어쩐지 사랑이 없이는 더 외로울 것 같고, 더 적막할 듯 하기에, 모두 합심하여 세상 향기에 사랑까지 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자는 제언에 동참해준다면 참 좋겠다. 끝으로, 전에도 한 번 소개한 적이 있었던 가슴 찡한 사연을 하나 얹어본다.

 

친정에 가면 어머니는 꼭 밥을 먹여 보내려 하셨다. 어머니는 내가 친정에 가면 부엌에도 못 들어오게 하셨고, 오남매의 맞이라 그러셨는지 남동생이나 당신 보다도 항상 내 밥을 먼저 퍼주셨다. 어느 날 오랜만에 친정에서 밥을 먹으려는데 여느 때처럼 제일 먼저 푼 밥을 내 앞에 놓자 어머니가 , 그거 내 밥이다.” 하시는 것이었다. 민망한 마음에 엄마, 웬 일이유? 늘 내 밥을 먼저 퍼주시더니...” 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게 아니고, 누가 그러더라. 밥 푸는 순서대로 죽는다고. 아무래도 내가 먼저 죽어야 안 되 겠나?” 그 뒤로 어머니는 늘 당신 밥부터 푸셨다. 그리고 그 이듬해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 그 얘기를 생각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남편과 나, 그 중에 누 구 밥을 먼저 풀 것인가를 많이 생각했다. 그러다 남편 밥을 먼저 푸기로 했다. ‘홀아비 삼 년에 이가 서 말이고, 과부 삼년에는 깨가 서 말이다.’ 라는 옛 말도 있듯이 뒷바라지 해주 는 아내 없는 남편은 한없이 처량할 것 같아서이다.

 

더구나 달랑 딸 하나 있는데, 딸아이가 친정아버지를 모시려면 무척 힘들 것이다. 만에 하나 남편이 아프면 어찌하겠는가? 더더욱 내가 옆에 있어야 할 것 같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고 통스럽더라도 내가 더 오래 살아서 남편을 끝가지 보살펴주고, 뒤따라가는 게 좋겠다는 결론 을 내렸다. 그 때부터 줄곧 남편 밥을 먼저 푸고 있다. 남편은 물론 모른다. , 알게 되면 남편은 내 밥부터 푸라고 할까? 남편도 내 생각과 같을까? 원하건대 우리 두 사람, 늙도록 의좋게 살다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중에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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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08 [23:14]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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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19/10/09 [07:52] 수정 삭제  
  가정은 생각과 말과 행위로 행복을 저축하는 곳이지 행복을 캐내는 곳이 아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해보고, 혹여 생각과 말과 행위로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배둘레햄 19/10/09 [10:57] 수정 삭제  
  귀뚜라미 울어예는 이 가을, 어쩐지 사랑이 없이는 더 외로울 것 같고, 더 적막할 듯 하기에, 모두 합심하여 세상 향기에 사랑까지 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자는 제언에 동참해준다면 참 좋겠다.
홀로코스트 19/10/09 [17:20] 수정 삭제  
  우리는 대부분 가족들 앞에서는 너무 쉽게 화를 낸다. 남들 앞에서는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참을 수도 있는 문제를, 가족이라는 이유로 못 참아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서로 허물없다는 이유 때문에,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는 편한 관계라는 핑계로, 발가벗은 감정을 폭발시키는 경우가 얼마나 흔한가?
청산 19/10/10 [10:32] 수정 삭제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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