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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04.02 [11:46]
<정성수 칼럼> ‘왜 시집은 안 팔리는가’
이해하기 쉽게 써야 ‘어린아이부터 실버세대까지’
 
정성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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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들은 난해한 시가 문학적으로 대단한 것으로 믿는다. 시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정성수 시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직업 1위는 시인이라고 한다. 경제대국에 진입했다고 축배의 잔을 높이 드는 이때, 이제야 그 말을 하는지. 시인들은 아사 직전인데시인들의 월수입이 얼마냐고 묻는 것 자체가 불경스런 일이다. 물론 유명시인이야 다르다.

 

그들이 쓴 시 한 편은 고깃국이 몇 그릇이지만 대다수 시인들은 라면 값은 고사하고 붕어빵 한 개 값의 수입이 없다. 그런 현상은 시집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일화가 있다. 서울 성북동에서 고급 요릿집 대원각을 운영하던 김영한(金英韓)7,000여 평 땅을 기부하면서 남긴 말 ‘1,000억 원도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그게 1,999년이었다.

 

요즘의 시를 보자. 수많은 시인들의 로망은 신춘문예 당선이다.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신춘문예 당선 시들을 난독에 이해 불가가 많다. 이런 시들은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는 있다. 지적 호기심은 과학이나 수학을 비롯한 여러 학문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는 퀴즈의 정답을 찾거나 수수께끼 놀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당선 시인은 자신이 쓴 시를 명쾌하게 설명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난해한 시를 평론가나 시의 고수들이 왈가왈부해 시인은 덩달아 유명세를 얻는다. 심사위원은 자기들의 현학적인 해석이 대단한 것처럼 과장이나 포장되어 지명도를 얻는다.

 

이런 현상에서 독자들은 난해한 시가 문학적으로 대단한 것으로 믿는다. 시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시가 어려운 이유는 시인들의 내적 시작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자폐적인 시어와 소통 불가능한 언어로 끼리끼리 주고받는 암호 같은 시로 무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난해한 시들은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나아가 시에 대해 염증을 느끼게 한다.

 

메타포도 좋고 상징도 좋고 리듬도 좋고 압축도 좋다. 그러나 전제는 독자들의 이해도다.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독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시를 써야 한다. 바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독자들이 골치 아프고 난해한 시를 읽으며 열 받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시를 쉽게 쓴다는 것은 통속적이거나 유행에 편승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는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깨달음을 줘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쉽게 읽어 이해되면서 재미를 느끼고 나아가 깊은 사유를 내면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어렵고 산만한 시를 써 놓고 문학성 높은 시라고 말하거나 독자들이 무지해서 이해를 못한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독자들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 시인들의 언어는 더 압축되고 더 내면화해서 쉽게 써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pixbay.com

 

시집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인터넷으로 쉽게 찾아 읽는 사람이 훨씬 많아진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 다양한 시를 폭넓고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한 가지 짚고 가야 할 것은 시집이 안 팔리는 것과 시가 안 팔리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시집도, 시도 안 팔린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사에도 시집 출간을 꺼려한다.

 

인류 최대의 발명품인 인터넷이 당장 시집의 매출을 줄이는데 한몫 거드는 건 사실이다. 무료 다운이라는 복병이 출판 시장을 위축시키고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쏟아지는 시들의 수를 보면 시의 공급과 수요를 저평가할 수만은 없다. 앞으로는 인터넷이 시의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보여 그나마 다행이다.

 

사람들은 왜 시를 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근사치의 답은 사회적 요구나 영향에 있다. 복잡한 사회에서 상대적인 현상과 가치들은 그것을 해석하기 위한 명석한 관찰과 통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요즘은 잘 읽히는 글이 잘 팔리는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들의 언어는 더 압축되고 더 내면화해서 쉽게 써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인문학에서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 쓴 책들이 인기를 얻는 것처럼 시도 빠른 이해와 아울러 울림이 있는 시가 요구된다. 난해하고 서평이나 시작노트도 없는 시집을 사 읽는 독자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인에 따라서 시에 대한 생각이 다르겠지만 고품격 작품성과 일반적 대중성을 갖춘 시라면 말할 것도 없이 좋은 시라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그런 시를 만나기는 어렵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위해서 많은 시인들이 날밤을 샌다. 몇몇 사람들만이 이해하는 시는 결국 죽은 시이라고 할 수 있다. 시는 누군가가 읽어주고 감동을 받아야 살아있는 시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시는 쉽게 쓰면 안 되는 것인지 너에게 묻는다. ? 시집은 안 팔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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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16 [17:15]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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