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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11.25 [03:35]
<송기옥 칼럼> 대 바구니의 고장 담양
 
송기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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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기옥 칼럼니스트   

정읍에서 장성갈재를 넘어 백양사 입구를 지나 산수 좋은 담양 가는 길이 시원하게 뚫린 국도를 따라 담양의 짙푸른 대나무 숲과 하늘을 향해 찌를 듯 치솟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와 주변 자연경관이 좋아 올 들어 두 번씩이나 찾았다.

 

대나무가 밀집 서식하고 있는 죽녹원(竹錄園)동산에 들어서면 한여름 더위가 싹 가시는 시원한 그늘을 따라가다 보면 금방이라도 삵이 튀어 나올 듯 으스스한 기분에 하늘만 빤히 보이는 대나무 숲길이 일품이다.

 

담양시내를 가로지른 천변 좌우편에 수 백 년 묵은 느티나무 괴목과 팽나무, 푸조나무, 개서어나무, 벚나무 등 아름드리 200여 그루에 명패가 붙어 있다.

 

이 숲은 인조 28(1648) 남원부사 성안의(成安義)의 아들 담양 군수 성이성(成以性1595-1664)이 영산강 상류인 담양천의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었다는데 춘향전에 나오는 광한루 생일잔치에 거지행세의 암행어사가 바로 성이성으로 <금술잔의 맛있는 술은 백성의 피요, 옥쟁반의 안주는 백성의 기름이라, 촛물 떨어질 때 백성들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다>라는 시의 작자이기도 하다.

 

철종 5(1854)에 황종림 군수가 제방을 보수하고 숲을 조성하여 관방제림(官防提林)이라 하는데, 족히 오리 길로 가족, 연인끼리 한담을 나누며 걷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담양은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한양에서 활약하던 선비들이 낙향하여 심신의 휴식과 함께 가사문학을 발전시킨 고장이다. 명승 제40호로 지정된 소쇄원(瀟灑園)은 양산보(梁山甫,1503~1557)가 자연 그대로를 살린 정원으로 조선왕조 개국공신 후예들 훈구파에게 몰려 희생당한 개혁정치를 꿈꾼 정암 조광조(趙光祖1482-1519)의 제자로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이곳에 제월당, 광풍각, 대봉대 등의 조선시대의 건축과 정원을 꾸민 역사의 향기에 취해 볼만한 곳이며, 그 주변 광주호반가의 한국가사문학관은 교육적 가치가 높다.

 

또 하나 담양이 낳은 면앙(俛仰) 송순(宋純1493-1583)이 후학을 길러낸 면앙정(전남기념물 제6)은 나주사람 백호(白湖) 임재(林悌1549-1587), 기대승, 고경명, 정철(鄭澈1536-1594)을 길러낸 곳이다.

 

송순은 이황과 국사를 논한 학자로 이웃 장성사람 인촌 김성수의 중시조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1510-1560)와 함께 성리학의 대가이다.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정자 식영정(息影亭)은 조선 명종 때 서하당(棲霞堂) 김성원이 그의 장인 석천(石川) 임억령을 위해 지은 정자인데, 송강 정철(鄭澈1536-1594)4대 가사인 성산별곡을 지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송강정(松江亭)은 정철이 대사헌을 지내다가 당쟁에 몰려 담양 창평으로 내려와 4년여 머무르면서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 많은 가사작품을 쓴 곳이다.

 

그 외에도 정철이 10년 간 머물렀다는 완벽당이 있고, 상월정, 연계정 등 아름다운 절경에 매료되어 정자를 지어 선비들의 공부방과 휴식공간이 널려 있다.

 

인촌 김성수의 처가인 담양 창평에 가면 1830년대에 건립된 남극루는 인촌의 장인 고광일을 비롯한 담양인 30여명이 힘을 모아 지었다는데 정면3, 측면2칸으로 담양향토 유적 제 3호로 지정된 건물이다.

 

담양시내를 빠져나와 용트림하는 형국의 담양호의 맑은 호숫가를 걷다가 보면 담양인의 성품인 대처럼 올곧고 깨끗한 심성을 읽을 수가 있다.

 

가파른 추월산 보리암에 오르면 임진왜란 때 무등산이 낳은 김덕령(金德齡1567-1596) 의병장의 부인 흥양 이씨가 왜놈에게 쫓기다가 정절을 지키기 위해 절벽에서 자결한 순절비가 있어 오가는 등산객마다 고개를 숙이게 한다.

 

후실 논개와 함께 담양군수로 임관한 최경회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일으켜 고경명의 아들 고종후, 김천일과 함께 1593610일간의 처절한 왜군과의 진주성 2차 싸움에서 중과부적으로 패하자 장수는 남강수에 몸을 던져 순절하니 논개역시 왜놈장수 게야무라 로쿠스케를 끌어안고 순절하고 만다.

 

담양호 건너 금성산성(사적 제353)은 왜구를 막기 위해 고려 때 쌓은 성으로 성 둘레가 7,345m로 정상에 오르면 추월산과 담양호와 순창 강천산 등 아름다운 비경들이 시야에 들어와 등산객들이 끊일 새 없다.

 

담양 시내를 한 참 돌다가 후출한 김에 죽세공산품 거리 국수골목에서 국수 한 그릇도 제격이다.

 

담양을 상징한 대통밥의 쫄깃한 맛과 죽순의 몸값이 비싼 죽순회 한 접시를 맛보아야 담양의 맛을 알 수가 있다.

 

가난했던 시절 대바구니와 죽세공품을 키보다 높이 켜켜이 쌓은 연약한 여인네의 몸에 주절 주절이 매달고서 100리길을 마다 않고 산 넘고 물 건너 이집 저집 다니면서 곡식과 바꾸기도 하여 대나무가 먹여 살린 담양인의 인고(忍苦)의 그 때 그 시절 얘기에 사연도 많다.

 

지금은 플라스틱제품에 죽세공품이 밀리고 있다지만 지금도 음식을 담는 자연친화적인 그릇으로 쓰이고 있는 채반 하나를 기념으로 사왔다.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대나무 발과 의자, 목침, 죽각시, 속대를 종잇장처럼 엷게 떠 오색물감을 들여 만든 장신구와 죽세공품은 우리조상들의 장인정신이 깃든 자랑꺼리다. 담양은 자연친화적인 공원도시로 다시 또 가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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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7/26 [00:07]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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