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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09.24 [14:02]
“뜨거운 햇살…모든 꽃들! 하루가 다르다”
<정성수 칼럼> ‘하화(夏花)’
 
정성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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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bay.com   

 

일 년 사계절 중 두 번째인 여름에 피는 여름꽃은 6,7,8월에 걸쳐 피는 꽃을 말한다. 여름을 흔히 녹음방초(綠陰芳草) 혹은 성하의 계절이라 부른다. 짙은 녹음과 많은 꽃들이 피는 계절이 때문이다.

 

꽃들은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 꼬박 일 년을 준비한다. 이른 봄에는 풀꽃들이 피고 늦봄에는 나무의 꽃들이 핀다.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덩굴식물 꽃들이 많이 피고 우거진 잡초 사이에서는 이름 모를 꽃들이 저요저요 손을 들면서 핀다. 가을에는 국화과 꽃들이 어우러진다. 꽃은 그저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순서가 있다. 순서를 깜빡 잊고 피어나는 꽃들을 '바보꽃'이다.

 

여름에 피는 꽃에는 분꽃, 나팔꽃, 과꽃, 접시꽃, 초롱꽃, 치자꽃, 해당화, 봉선화, 채송화, 참나리, 왕원추리, 백일홍, 해바라기, 꽃창포, 나팔백합, 달리아, 갯부용, 수련, 창포, 나비난초, 도라지, 장미, 옥잠화, 칸나, 자주달개비 등이 있다.

 

여름나무꽃은 아카시아를 비롯해서 밤나무·층층나무·조팝나무·산딸나무·노각나무·함박꽃나무·치자나무 등이 있다. 여름꽃들은 대개 흰색이 많다. 흰색은 발산하는 색으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색이다.

 

생태학적인 면과도 관계가 있다. 여름 숲과 풀밭에서는 수많은 꽃들이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봄부터 연달아 긴 시일 동안 피는 것이 있는가 하면, 짧은 동안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도 있다.

 

초여름 꽃에는 철쭉이 있다. 잎이 피기 전에 꽃이 먼저 피는 철쭉은 신라의 향가 헌화가(獻花歌’)에 인용될 정도로 우리 민족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는 꽃이다.

 

모란과 작약이 뜰에서 핀다. 모란의 화사하고 아름다운 자태는 왕성한 여름에 어울린다. 작약은 자라며 맑고 깨끗한 느낌을 준다.

 

여름의 청량감을 주는 치자꽃도 있다. 선명한 광택과 푸른 잎은 물론 꽃의 자태는 맑은 향기와 더불어 여름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받는다. 그 외에도 창포는 단옷날 행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꽃으로 대단히 아름다운 꽃이다.

 

목련의 일종인 함박꽃나무의 꽃은 꽃 대궁이 깊고 고개를 숙여서 피는 모습이 무척 호젓한 느낌을 준다. 차분하고 은은한 맛을 자아내는 꽃이다. 여름 산길을 걷다보면 숲 속이나 땅위에 노각나무의 꽃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꽃 역시 호젓한 산 속의 은은한 맛을 상징한다.

 

▲  정성수 시인  

 

산기슭 또는 산허리 쪽에 드문드문 나는 꽃나무로서 층층나무와 산딸나무도 있다. 산꼭대기에는 꽃개회나무나 싸리 종류의 꽃을 흔히 볼 수 있다. 나무를 타고 오르는 노랑꽃의 등칡이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초여름 밤나무 곁을 지나가면 독특한 밤꽃 냄새가 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하기도 한다. 배롱나무 꽃은 여름 동안 백 날 계속해 핀다고 하여 백일홍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또한 산 속에는 들장미의 일종인 흰 꽃이 피는 흰인가목과 잎이 고무나무를 닮은 흰만병초가 핀다.

 

여름철 대표적인 꽃은 큰꽃으아리 흰 꽃이다. 또한 마을 근처나 길가나 공원에 심어 놓은 무궁화가 있다. 최근에는 무궁화의 많은 품종이 개발되어 종류와 빛깔이 다양하다.

 

산기슭이나 숲 사이에는 노란 꽃을 피우는 원추리, 자주 보라 꽃창포, 붉은 패랭이꽃, 연분홍 술패랭이꽃, 붉은 참나리, 황등색 범부채, 하늘색의 잔디꽃, 도라지꽃 을 볼 수 있다. 들에 피는 것으로는 푸른 꽃의 닭의장풀, 흰개여귀, 노란 달맞이꽃, 붉은 자줏빛 꿀 풀꽃, 백선분홍 메꽃 등을 볼 수 있다.

 

여름의 꽃나무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석류나무다. 가는 가지 끝에 선명한 분홍색으로 핀 석류는 열매 또한 뛰어나다. 석류나무 꽃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많이 사랑하는 꽃으로 자손의 번성을 상징하고 있어 많이 심는다.

 

깊은 숲의 어두운 곳에는 흰 수정난풀, 햇빛이 조금 드는 곳에서는 흰 눈빛승마, 솟대승마꽃이 핀다. 여름 내내 피는 봉선화는 처녀들의 손톱을 아름답게 물들여 주기도 한다. 저녁에 피어나는 분꽃을 보고 어머니들은 저녁밥을 짓기 시작하였다는 말도 있다.

 

우리 민족과 함께하면서 아련한 정서를 만들어 온 여름철꽃이 있어 무더운 여름을 견딜만 하다. 명사십리와 함께하는 해당화는 여름 해수욕과 잘 어울린다.

 

모래밭에 화사하게 피는 꽃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우리 민족은 여름이 되면 그늘을 찾는다. 느티나무·회화나무·팽나무 등의 그늘 아래는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장기나 바둑을 두면서 마을 대소사를 의논하기도 한다.

 

8월이 되면 뜨거운 햇살과 더불어 모든 꽃들은 하루가 다르다. 8월 하순으로 넘어가면 맨드라미꽃이 절정을 이룬다. 수탉벼슬같기도 하고 털이 부슬부슬한 거 같기도 한 특이한 표면을 가진 이 꽃은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보기가 힘든 꽃이 되었다.

 

열흘 붉은 꽃 없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좁게 말해서 젊음은 찰나’'라는 뜻이다. 넓게 보면 '한번 흥한 것은 반드시 쇠하기 마련'이라는 격언으로 영원한 왕좌는 없다는 의미다. 이 말은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고 해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의미의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꽃은 백일 붉은 것이 없고, 사람은 천 일을 한결같이 좋을 수 없다는 의미의 화무백일홍 인무천일호(花無百日紅 人無千日好’) 등 변형이 존재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떤 여름꽃도 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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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03 [00:01]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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