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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10.29 [19:03]
김동석 작가의 이색적 감성동화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 (15회)
 
김동석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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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색은 변화했지만 지금도 존재한다.”(15)

 

 

 

 

이제 떨어질 것 같구나!”

탐스럽게 익었어요?”

그래.”

밤송이가 탐스럽게 익어 입을 벌리고 밤알을 보여주고 있다.

떨어지기 전에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지.”

누구에게요?”

 

하늘에 빛과 수분을 듬뿍 준 엄마에게. 그리고 나뭇가지와 나뭇잎에게도.”

탐스럽게 익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감사합니다.”

수많은 밤들이 탐스럽게 익은 자태를 뽐내면서 하늘빛을 쳐다보고 있다. 누가 주어갈지 모르고 어떤 동물의 밥상 위에 오를지 모른다. 하지만 밤송이들은 이제 나무에서 떨어질 준비가 되어 있다.

이처럼 자연은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잎이 피고 열매를 맺더니 어느 새 결실의 계절을 맞이하여 이제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려고 한다. 부지런하고 눈을 크게 뜨면 찾을 수 있는 열매들이다.

 

봄부터 비바람이 몰아쳐도 잘 버텼다. 뜨거운 햇살이 비추면 나뭇가지와 잎이 잘 보호해 주었다. 엄마의 품이 가장 안전한 것처럼 작은 열매들도 엄마 나무에서 잘도 켰다.

변화는 두려운 것이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존재 의미조차 없는 것이다. 낮과 밤이 오듯 하루가 변하고 계절이 변하고 숲속의 어미 새도 새끼가 자라면 숲을 떠난다.

 

이처럼 변화는 새로운 시작일지도 모른다. 봄이 오면 새싹이 돋아나고 여름에는 신록이 우거진다. 가을이 오고 결실을 맺고 낙엽이 지는 것도 잎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한 뒤 한 줌 재가 되기 위해서 기꺼이 낙하를 시작한다.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고 나무로서의 존재 가치가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새로운 삶을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한 시간이다. 긴 겨울을 지나면 자연은 봄을 노래하며 생명을 잉태할 것이다.

 

변화가 두렵다면 나무들은 열매를 맺지 않을 것이다. 변화는 새로운 시작이고 결실이다.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한 나무들은 변화가 두렵지 않다. 봄이 오면 또 다른 시작을 하고 모든 것을 세상에 줄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가지려고 하고 채우려고 하는 욕망에 사로잡히면 변화가 두려울 것이다. 자연의 변화는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내주는 변화이다. 이처럼 자연의 변화에서 우리는 삶의 진리를 깨우쳐야 한다.

 

캔버스에 그릴 것이 많으면 그 작품은 가치를 잃게 된다.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없다. 눈으로 본 순간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데 충실하면 그것으로 충분히 작가의 역할을 다한 것이다.

부분을 보고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작가는 캔버스에 변화를 줘야 한다. 그것이 드로잉이던 채색이던 상관없다. 작품을 보는 누군가에게 쉽게 설명이 될 수 있는 그림이어야 한다. 그런 변화라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실이 아닌 허구라도 괜찮다.

 

밤나무가 밤송이를 주렁주렁 매달리고 있다고 생각해 봐라. 그것이 아름다운가? 신록이 우거진 계절이 아름답게 보일지 모르지만 앙상한 가지들이 숲을 이루는 겨울에는 아름답지 않다. 비워야 할 때 비우고 떠나야 할 때 떠나야 아름다운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거기에 있다.

존재했던 것은 보이지 않아도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 색은 변화했지만 지금도 존재한다.

<작가의 도록에서>

 

숲과 나무가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그래선지

바람은 거세지고 있었다.

 

 

 

 

빛은 그림자를 생성하고 그림자는 어둠을 생성한다. 많은 나무들이 빛을 받아들이고 무엇인가를 생성한다는 것은 곧 살아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빛은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살짝 누르고 있는 그림자가 얼마나 무거울까?”

 

나무가 되지 못한 소녀는 가끔 그림자의 무게를 달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캔버스에 표현하는 것 말고는 숲속 나무들의 그림자를 저울에 달 수 없었다.

분명히 질량이 있을 거야. 질량의 무게를 색으로 표현하는 거지.”

소녀는 캔버스에 나무 그림자를 그릴 때마다 생각을 했다.

너무 무거워서 숨 쉴 수가 없어요.”

 

소녀는 가끔 낙엽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럴 때마다 소녀는 바닥에 누워 낙엽이 되었다. 그리고 나무 그림자의 무게를 느껴보려고 노력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무겁지 않을 거야.”

소녀는 햇살의 기울기를 생각하면서 낙엽들에게 말했다. 조금 후 그림자는 낙엽들을 두고 멀리 달아났다.

 

정말 그림자가 없어졌어요.”

낙엽들은 신기했다. 소녀가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았다.

이제 답답하지 않지?”

!”

 

소녀는 낙엽들의 숨소리까지도 캔버스에 그리려고 노력했다. 나무가 나무를 괴롭히지 못하게 그리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나들면서 소녀는 숲과 나무들의 세상, 그리고 빛과 어둠의 세상까지도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화가가 되길 잘했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았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어린 소녀의 유령이 가끔 나타나서 유혹하기도 했지만 소녀는 지금의 화가가 좋았다. 나무를 그릴 때마다 많은 대화를 했다. 그리고 나무들이 아파하는 것도 조금씩 치료해 주었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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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20 [17:05]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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