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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10.29 [18:03]
<土曜 隨筆> 장병호 ‘뭉치면 죽는다’
 
수필가 장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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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이 되면아주 순진한 희망이었다.

  

▲ 수필가 장병호

코로나가 갈수록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 겨울 우리를 덮친 불청객이 여덟 달이 지나도록 물러갈 줄 모르고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지난 4월 한때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될 무렵 잠시 수그러들 때가 있었다.

 

나는 옳다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여름이 되면 냉큼 물러가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순진한 희망이었다. 정작 여름이 오자 기나긴 장마와 함께 세력이 커지더니 무더위에 편승하여 대폭발이 일어나고 말았다.

 

하루 20~30명씩 발생하던 확진자 수가 매일 300~400명으로 늘어나니 어찌 놀란 입을 다물 수가 있으랴.

 

청정지역이라고 믿고 있던 우리 고장도 무더기 환자가 나오면서 비상이 걸렸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시청에서 휴대전화 문자가 온다. 대형 옷가게와 식품점, 목욕탕과 헬스장 등 양성 반응 환자가 돌아다닌 경로와 시간을 귀찮을 만큼 세밀히 알려준다.

 

혹시 같은 시간대에 그 업소를 이용한 사람은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진을 받고, 나머지 사람들은 추가 감염이 되지 않도록 그곳 방문을 자제하라는 뜻이다.

 

코로나 환자는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과 통증 따위의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닷새 정도 잠복기가 있는 것이 문제다. 본인이 감염된 줄도 모르고 그 사이에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환자가 다녀간 가게는 난데없는 벼락을 맞는다. 시청의 문자 안내를 통해 이동경로가 속속들이 공개되는 터에, 누가 그 가게에 가려고 할 것인가.

 

한 번 잃어버린 손님을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텐데, 그 사이에 가게 주인이 겪어야 할 손실과 고충은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고객을 원망하며 땅을 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나도 내가 사는 지역에 환자가 연달아 발생하는 상황이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고 지인들과의 만남을 피해야 한다. 진작 해놓았던 약속도 모두 취소를 하고, 아니면 나중으로 미루어야 한다.

 

▲  밖에 나갈 때는 필수적으로 입마개를 챙긴다. 예전에는 깜빡 잊었더라도 그냥 나가곤 했는데, 이제는 아차!’ 하며 다시 집으로 발길을 되돌린다  

 

밖에 나갈 때는 필수적으로 입마개를 챙긴다. 예전에는 깜빡 잊었더라도 그냥 나가곤 했는데, 이제는 아차!’ 하며 다시 집으로 발길을 되돌린다. 아파트 승강기를 다른 사람과 함께 타는 것도 부담스럽다. 되도록 고개를 돌리고 마주보지 않는다.

 

대화도 피한다. 아는 사람을 만날 때도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할 수가 없다. 그냥 주먹으로 살짝 마주칠 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이라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서 옮을지 알 수 없다.

 

길을 걸을 때도 행인들과 가까워지지 않도록 한다. 정부의 지침대로 사람들과의 간격을 2미터 이상 유지하고 다닌다. 옛날 반공을 국시로 삼던 군사정권 시절에 앞에 가는 저 등산객 간첩인가 다시 보자는 표어가 있었다.

 

다시 보자이런 불신시대가 어디 있는가?

 

이제는 앞에 가는 저 사람 코로나 환자인가 다시 보자로 바뀌어야 할 판이다. 코로나에 감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을 모두 의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니 이런 불신시대가 어디 있는가. 참 고약한 세상이다.

 

코로나로 인해 새로 생긴 용어가 하나 있다.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라는 말이다. 서로 가까이 있으면 병이 옮을 수 있으니까 멀찌감치 떨어져 지내라는 이야기인데, 아마 옛날 사람이 들었다면 이게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인간관계는 가깝고 친밀할수록 좋은데, 지금 세상은 떨어질 것을 요구한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날 인간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을 병폐로 지적되어 왔는데, 이렇게 서로 떨어질 것을 권유하니 어디 제대로 된 세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요즘 학교에서는 교실 책상마다 유리 칸막이를 설치해놓고 있다고 한다. 옆 친구와 접촉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수업시간에 잡담도 못하고 장난도 칠 수 없다. 급식실도 식탁마다 칸막이를 만들어 놓고 제각기 홀로 밥을 먹는다고 한다.

 

학창시절은 벗을 사귀고 우정을 키우는 시기가 아닌가. 벗들과 격의 없이 뛰어놀며 인간관계의 디딤돌을 놓아야 할 시기에 칸막이에 가로막혀 눈치를 보며 몸을 사려야 한다니, 실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코로나의 폭풍이 경제활동을 뒤흔들고 있는 점이다. 사람들이 모임이나 여행이나 외식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다 보니 자연히 소비가 줄어들고, 자영업자들이 빈사상태에 빠졌다.

 

소비의 감소는 생산의 감소로 이어지고 소득의 감소를 불러일으키며, 그것은 다시 소비의 감소로 되풀이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코로나 감염에 못지않은 피해이다.

 

가장 타격이 큰 사람들이 영세상인과 저소득층이다. 그날 벌어 그날 사는 단순노동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모두 죽게 생겼다. 손님들 발길이 끊어진 가게에서 주인이나 점원이나 손을 놓고 하늘만 쳐다보는 꼴이다.

 

나라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며 경제 활동을 부추겼으나 그런 땜질이야 언 발에 오줌 누기가 아닌가 싶다.

 

지금 코로나의 창궐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마땅한 예방약이나 치료제도 없이 확산 방지에만 힘쓰며 버텨나가고 있는 이 기막힌 상황이 언제 끝날 수 있을까. 과거 어느 종교 단체에서 지구 종말론을 떠들어댄 적이 있는데, 혹시 지금 인류가 종말로 치닫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아무리 그렇다고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말이 나와서야 되겠는가. 하루 빨리 이 끔찍한 전쟁이 종식되어 우리 모두 입마개를 벗어던지고 두 손 마주잡고 활짝 웃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장병호 프로필

전남 장흥 출생. ‘문예운동등단, 순천팔마문학회 회원, 전남문학상 수상, 수필집 등대지기의 꿈평론집 척박한 시대와 문학의 힘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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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07 [23:49]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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