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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12.01 [02:16]
수필가 임철호 ‘낙(樂)의 발견’
 
수필가 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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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오르며부단히 체력단련

  

▲ 수필가 임철호  

세상에 드리운 검은 장막, 지난 1월 중순에 방문한 검은 손님은 사람 사는 세상에 눌러앉기로 작정한모양이다. 어느새 7개월째 인간사를 묶어놓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1,2,3단계를 반복해가면서 불청객의 접근을 막으려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어서, 속수무책당하고만있자니 사람 사는 맛을 잃어가고 있다.

 

평소건강 유지를 위하여 다니던 동네 헬스장에도 발을 끊고 집에 칩거하기 시작했다. 조심하면서 기다리다 보면 해결되겠지 하며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는데 점점 멍청이가 되어가는 것 같고 몸이 무겁고 둔해지는 것 같았다. 출구를 찾아야 했다.

 

집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 운동장을 걷기로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운동장에 갔다. 처음 와 보았는데 스포츠 경기장처럼 인조 잔디가 깔려있고, 트랙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트랙의 길이는 500여 미터쯤으로 적어도 5바퀴 이상 돌아야 운동이 될 것 같았다. 5회전을 목표로 하여 걷기를 시작했다.

 

3개월 정도 매일 저녁 걷다 보니숙달이 되어 재미가 붙었고 다리에도 힘이 붙어 점점 수월해졌다. 코로나19가 물러가도 걷기 운동을 계속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가는 판세는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었다. 방역단계를 높이는 조치가 이루어 지면서 학교 정문이 폐쇄되었다. 이런 낭패가 없다. 대안으로 집 앞에 있는 우면산(牛眠山)을 오르기로 했다.

 

우면산은 270정도의 야트막한 산이다. 이름 그대로 소 한 마리가 옆으로 누워 잠자는 듯한 모습으로 어머니의 너그러운 품속 같다. 관악산에서 흘러내려 온 능선으로 서울 남부의 허파 구실을 단단히 하고 있다.

 

5, 60대 때에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오르내리던 아담하고 포근한, 마치 우리 집 앞마당 같은 산이다. 그러나 몇 년 전 뇌경색 (증상)을 앓고 나서부터는 오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작년부터는 봄, 가을에 가끔 손주를 데리고 오르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자주는 아니었다.

 

막상 산을 오르려고 하니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낮다고 해도 산은 산이어서 정상 바로 밑에는 깔딱고개가 있게 마련이다. 우면산에도 정상의 오른쪽, 왼쪽 모두 오르막길 막바지에 계단 300여 개가 깔려있는 경사도 70~80도쯤의 가풀막이 있다. 나의 체력으로는 조금 무리가 될 듯하지만, 그동안 워킹으로 단련된 다리를 믿고 강행하기로 했다.

 

▲ 산길에 서 있는 나무들은 무성하게 가지를 뻗어 올라가고 있는데, 나는 무성했던 머리털이 하얗게 변색이 되고 팔다리의 힘이 빠져 걸음걸이가 느려지게 되었으니 인간의 한계를 인정해야 했다.  

 

산처럼 건강하고 바다처럼 넉넉

 

71일 오후 6, 등산로 입구에 들어섰다.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길은 습기를 많이 머금었고 빗물이 흘러 골이 팬 곳이 여기저기 보였다. 바닥에 보행용 마포가 깔려있어서 걷기에 편하긴 했다. 자연보호를 위한 목적이기는 하지만 자연스러움은 덜했다.

 

오랜만에 오르는 오르막에 적응되도록 숨을 조절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예전 같았으면 넓은 보폭으로 힘차게 올랐을 터인데, 생각처럼 발걸음이 따라주지 않았다. 산길에 서 있는 나무들은 무성하게 가지를 뻗어 올라가고 있는데, 나는 무성했던 머리털이 하얗게 변색이 되고 팔다리의 힘이 빠져 걸음걸이가 느려지게 되었으니 인간의 한계를 인정해야 했다.

 

길을 오르는 중간중간에 나처럼 혼자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20여 년 전에는 일단 산에 들어서면 팔을 앞뒤로 힘차게 휘두르며뛰어가듯 앞만 보고 올랐는데, 이제는 양손에 쥔 등산용 스틱에 의존하여 올라가야 했다. 길 중간마다 정자나 그늘막이 있어서 쉬기도 하고 목에 물을 축이기도 하면서 쉬엄쉬엄 오르니 그런대로 오를 만했다.

 

우면산 워킹을 작정하면서 제일 먼저 염두에 둔 것이 비움이었다. 말로는 항상 욕심부리지 말고 살자고 다짐했지만 실행하지는 못했다. 산을 오르는 일은 욕심만 가지고는 안 되는 일이었다.

 

작은 물 한 병, 몸의 균형과 무릎 보호를 위한 스틱 한 세트, 핸드폰과 헤드폰을 기본 물품으로 정했다. 빠른 걸음으로 걷지 않고 내 앞에 가는 사람을 추월해 가지 않기로 했다.

 

경쟁의식을 잠재웠다. 길가에 숨은 듯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들의 예쁜 입술과 나무들의 푸르른 자태와 시시각각 변하는 산속 풍경을 감상하면서 쉬엄쉬엄 걸었다. 영상 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날의 산길 걷기란 생각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우면산 걷기운동을 시작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힘은 들었지만, 욕심을 버리고 평지를 산책하듯이 천천히 오르니우려했던 무릎에 무리도 가지 않고 허벅지가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다. 몸무게와 혈당수치도 나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치(60,100) 이하로 유지되고 있었다. 아프던 허리도 유연해지고 잠잘 때 장딴지에 쥐가 나던 것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제 우면산 걷기는 내 일상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어렵고 귀찮게만 여겼던 산길 걷는 시간이 재미있어졌다. 산에 오를 시간이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산길을 오르다가 쉼터에 앉아 산바람에 땀을 날려 보내며우거진 나무숲 사이로 빠끔히 보이는 파란 하늘, 구름을 바라본다.

 

나뭇잎의 흔들리는 몸짓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산 나그네의 즐거움이 커진다. 온몸이 땀 범벅이 되고, 손수건이 물수건이 되어도 몸은 한결 가볍다. 점점 산과 친구가 되어간다.

 

장마가 지나가고 숲속에 몇줄기햇살이 들자 매미들 울음소리가 귓전을 흔든다. 숲속을 찬미하는 노래인 듯 아름답다. 코로나19에 밀려난 변방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다.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 울창한 나무들이 성성하게 춤추듯 나도 산처럼 건강하고 바다처럼 넉넉해지고 싶다.

 

프로필

격월간 에세이스트로 등단.

에세이스트 작가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집: 길 위의 정원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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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31 [01:49]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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