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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1.03.04 [20:20]
<土曜 隨筆> 맹난자 ‘모과 한 알’
“제 꼴 갖추느라…고행승 열반 보는 듯”
 
수필가 맹난자

 

 

 

 

그 방의 주인인 것처럼 정좌하고 있었다.

 

▲ 수필가 맹난자    

수필가 K씨는 해마다 마당에서 수확한 가을을 보내온다. 이번에도 상자 속에 모과 세 개가 들어 있었다. 아기 머리통만한 모과는 손끝에서 무쭐했다.(묵직하다의 방언-편집자주)

 

아마도 그녀의 정원에서 간택된 제일 잘 생긴 놈이지 싶다. 피부는 어린 연두에 노랑빛깔을 띄고 있으나 몸통은 산맥처럼 꿈틀대는 골격이 범상치 않다.

 

그중 두 개는 모과차를 만들고 두상(頭像)과 빛깔이 제일 나은 것을 골라 안방 문갑 위에 두었다. 방문을 여닫을 때마다 은은한 향기가 따라나오고 빛깔도 점차 황금빛으로 익어갔다.

 

  

 

어느 날은 방문을 여니 그가 그 방의 주인인 것처럼 정좌하고 있었다. 미더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의 시간은 어디까지였을까?

 

가을이 땅으로 내려앉고 하늘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모과 몸에 갈색 반점이 번지고 늙은 대추마냥 쪼그라들더니 시커먼 하나의 돌덩어리에 불과했다. "들어내야지"하면서도 왠지 손길이 쉽게 가지 않았다.

 

▲ 청동으로 부조된 자코메티의 마지막 작품 앉아 있는 남자의 흉상  두상에 비쩍 마른 얼굴, 눈빛은 형형한데 그친 입술은 비뚤어졌고뭔지 모를 고통이 솟구쳤다. 그때 등신불이 떠올랐다.

 

한가람미술관의 화랑에 들렀을 때였다. 울퉁불퉁한 시커먼 돌덩어리, 그건 내 첫인상이었고 청동으로 부조된 자코메티의 마지막 작품 앉아 있는 남자의 흉상이었다. 배코친(머리를 면도하듯이 빡빡 깎은-편집자주) 두상에 비쩍 마른 얼굴, 눈빛은 형형한데 그친 입술은 비뚤어졌고뭔지 모를 고통이 솟구쳤다. 그때 등신불이 떠올랐다.

 

젖줄이 끊긴 아이처럼 나무에서 박리된 채, 제 모습의 꼴을 갖추느라고 힘들었을 모과의 고행 정진이 짚어졌다. 나는 그날 우연히 모과 한 알에서 고행승의 열반을 보는 듯했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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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28 [15:53]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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