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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1.03.04 [20:20]
<연재> 손경순 ‘먹이사슬의 논리’(6회)
“인간 이솝! 우화를 싣고 사막을 걷다”
 
작가 손경순

우화 <페스트에 걸린 짐승들>

 

짐승들 나라에 페스트가 돌았습니다.

짐승 모두가 죽지는 않았으나, 많은 짐승이 병에 걸렸습니다. 사자왕이 이 어려움을 견디기 위해 회의를 열었습니다.

 

친구들이여! 생각컨대 하늘은 우리의 죄를 미워하여 이 화를 일으켰다. 우리 가운데 가장 죄 많은 누군가가 신의 노여움의 방패로 희생되지 않으면 안 되겠다. 모름지기 하늘은, 그렇게 하면 병을 면하게 할 것이다. 역사에도 이런 경우에는 그런 희생의 피를 하늘에게 바쳤다.”

 

사자는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으면서 도열한 짐승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사태를 잘 보자. 용서없이 우리는 양심을 걸고 자신의 선악을 밝혀내야 한다.

 

 

나로 말하자면, 식욕에 못 견디어 많은 양을 잡아먹었다. 양은 나에게 무엇을 했는가? 아무런 나쁜 일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나는 때론 양치기도 먹었다. 그러므로 필요하면 나 자신이 먼저 희생제물이 되겠다. 그렇긴 하나, 전부 나처럼 자신의 죄를 고백하라. 왜냐하면 우리는 진실로 정의를 좇아서, 가장 악한 자가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말이 끝나자 여우가 말했습니다.

대왕님! 너무도 인정이 많으십니다. 반성하시는 모습을 보니 어딘지 마음이 약해지신 것 같습니다. 양이나 그런 하찮은 먹을 것을 가지고 무얼 그러십니까? 그게 뭐 죄인가요? 아니죠! 대왕님께 먹힌 양이 오히려 영광스러운 일이지요!

 

게다가 양치기로 말하자면, 놈들은 우리 짐승들을 못살게 굴고, 되지 못하게 잘난 척 뽐내니, 그놈들이야말로 어떠한 불행을 만나도 자업자득이지요.”

이 말에 모든 아첨자들이 힘차게 박수를 쳤습니다.

 

호랑이와 곰, 그밖에 힘센 짐승에게도 사자에 못지않은 죄가 있기는 했지만, 고백할 만한 나쁜 죄라고 생각지 않아서 새삼스럽게 고백할 죄는 없었습니다.

그들의 고백을 들어보면, 싸움을 좀 할 줄 아는 짐승들은, 이름 없는 사냥개에 이르기까지 다 조금쯤은 성인(聖人)처럼 보이기까지 하였습니다.

 

당나귀가 고백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사원 앞의 초원을 지나는 길이었습니다.

마침 그곳의 풀은 아주 보드라운 것이었는 데다가 악마의 유혹을 당하였습니다.

배가 무척 고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곳의 풀을 아주 조금 먹었습니다. 단지 혓바닥만큼밖에 안 먹었습니다. 그 풀을 먹을 아무런 권리도 없으면서도요. 솔직히 고백합니다.”

 

이 말을 들은 짐승들은 사원 옆의 풀을 뜯어먹은 당나귀가 죄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법정 서기 경험이 있는 이리가 뛰어난 능변으로 말했습니다.

신의 노여움을 불러일으키고, 화근의 씨를 뿌린 장본인이 바로 당나귀라고 저 이리는 감히 주장합니다! 남의 풀을 뜯어 먹다니요! 조금이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죄가 감해지지는 않습니다. 혀를 풀에 댄 그 순간, 이미 양심은 당나귀를 떠난 것입니다. 남의 것을 함부로 훔치는 당나귀를 제단에 올려 신의 노여움을 풀어야 합니다!”

 

당나귀의 조그만 죄는 교수형에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남의 풀을 먹다니!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죄였습니다.

강한 발톱과 커다란 이빨이 법()인 짐승들의 횡포에는 명분이 필요 없습니다.

 

우화 <양보다 질>

 

암여우가 암사자를 비웃었습니다.

겨우 새끼를 한 마리밖에 낳지 못하십니까.

한꺼번에 대여섯 마리는 낳아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나는 한 번에 아홉 마리를 낳을 때도 있답니다.”

암사자가 대꾸하였습니다.

한 마리지만, 사자란 말일세.”

 

우화 <아들 바보>

 

암사자는 하나밖에 없는 늦둥이 새끼가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아쉽게도 늦둥이는 학교 성적이 부진했습니다.

암사자는 추천서와 상장을 구걸해서 늦둥이를 사숙(私塾)에 보냈습니다.

 

여우와 토끼가 새끼 사자의 부정입학이 불공평하다고 소문을 냈습니다.

그러자 숫사자가 으르렁대며 암사자와 새끼 사자를 확실히 보호해 주었습니다.

 

사자 새끼는 시험 없이 추천서와 유전자만으로 입학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여우와 토끼 엄마는, 엄마가 사자가 아니어서 새끼에게 미안했습니다.

 

우화 <약자의 흥정>

 

토끼들이 공개 연설에서 시민 모두가 공정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거기 모인 사자들이 일제히 대꾸하기 시작했습니다.

 

참 멋진 소설이야. 털 많은 발이여. 그러나 너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발톱과 이빨이 없지 않은가.”

짐승 세계에서는 강한 발톱과 이빨이 없는 자의 주장은 어떤 명분도 힘을 가질 수 없습니다.

 

우화 <여우와 진리>

 

토끼를 만난 여우가 말했습니다. “토끼야, 넌 여우의 명령에 복종해야 해. 이것은 진리야.”

닭을 만난 여우가 말했습니다. “닭이 여우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진리야.”

개를 만난 여우가 말했습니다.

 

내가 닭을 잡아먹을 때 너는 당연히 간섭하지 말아야 해. 이것은 진리야.”

사자왕이 뒤를 봐주는 것을 믿고, 여우는 제멋대로 진리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모두 동물 성경에 나와 있는 것이라고 우겼습니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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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2/09 [02:01]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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