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규제 ‘우회수출 급증세’
2018년 3월 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다. 우리가 쉽게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한 뒤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며 ‘중국 때리기’를 시작했다. 트럼프는 “무역전쟁 덕분에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상한 대중 고율 관세를 기존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전체 수입 중 중국산 비중은 2017년 20%대에서 현재 15% 수준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지금 두 나라 간 무역전쟁의 “최종 승자는 중국”이라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결론인즉, 중국이 관세 장벽을 훨씬 뛰어넘는 경쟁력을 실제로 입증했다는 것이다. 관세장벽은 중국의 대미 무역 최대 걸림돌이지만 이를 헤쳐나갈 해법이 존재하면, 미국 역시 무소불위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중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며 미·중 디커플링(비동조) 현상을 가속화 하자 중국이 멕시코를 통해 대미 수출 우회로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최근 보도는 지난해 중국에서 멕시코로 향한 컨테이너 물동량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 2월 21일 ‘글로벌 해운·항공화물 운임 분석업체인 제네타’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이 멕시코로 보낸 컨테이너 수는 1년 전에 비해 27.8% 늘어났다. 마침, 중국이 멕시코로 수출한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는 미·중 갈등 격화로 중국의 대미 수출 통로가 좁아진 시점에 이뤄졌다.
중국의 멕시코 수출 급증이 미국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바로 해답은 북미 3개국 간 자유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조약’(USMC)에 따른 우회 수출전략의 허점을 노린 것이다. 현재 미국 수입품에 대한 중국의 관세는 21.2%이다. 이는 최혜국 대우를 받는 WTO 회원국들의 평균인 9%보다 훨씬 높은 것이며, USMC가 적용되는 미국과 멕시코의 관세는 무세 또는 저세율이다.
특히 중국의 대미 수출 우회 본거지 자동차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멕시코 공장에서 완성된 제품은 광범위한 관세 인하 혜택을 제공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아래 육로를 통해 미국으로 쉽게 수출되기 때문이다. 멕시코 국립자동차부품산업협회(INA)에 따르면, 멕시코에 공장을 둔 중국 기업 33곳이 미국에 수출한 부품은 2021년 7억1100만 달러에서 2023년 11억 달러로 증가했다.
미국은 중국산 자동차·부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데 멕시코를 거치면 세율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고작 멕시코산 자동차에는 2.5%, 멕시코에서 조립된 부품에는 0~6%의 대미 수출 관세가 부과된다.
특히 여기에는 2022년 8월 16일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영향이 아직까지는 엄격히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는 중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미국의 규제를 우회하면서도 북미 시장을 유지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 ‘美 최대수입국 멕시코’ 그 이면
2023년 7월 1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미 상무부 무역 통계를 분석하면, 동년 1~5월 이 기간에 미국의 최대 수입국은 멕시코였다. 미국의 대 멕시코 수입액은 1950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캐나다도 1760억 달러로 중국을 앞질렀다. 2018년 교역 전쟁 이후 미국의 최대 무역 상대는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이 번갈아 차지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조사 결과, 미국인이 수입품에 지출하는 6달러 가운데 중국 제품이 1달러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4달러 중 1달러였다.
미국의 중국산 수입이 크게 감소하는 대신, 그 시점에 멕시코가 최대 교역 파트너로 부상에는그만한 이유가 존재하는 셈이었다. 이미 2023년 6월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무역 규제를 우회해 북미 시장 장악력을 유지하고자 멕시코를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08년부터 중국 기업들은 멕시코 기반 프로젝트에 208억4천만 달러(약 27조 원)를 투자했는데, 그중 82억9천만 달러(약 11조 원)가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2018년 이후 투자됐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여타 국가들보다 멕시코가 유력하게 고려되는 이유는 미국-멕시코 관계에 있어서 미국 시장에의 접근성과 긴밀한 미국의 직접투자 관계, 무(저)관세, 다수 3600만 미국인의 뿌리는 멕시코계 외에도 현재 멕시코의 노임이 시간당 3.5달러로 중국에 비해 40% 정도 높을지라도 운송 관세 등에 있어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은 가격 800달러 미만인 상품에 수입 관세를 면제하는 미 관세법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800달러 미만의 상품 수는 지난해 10억 개로 2017년 이후 세 배나 증가했다.
● 서방 제재 러시아 ‘중의 수출 급증’
2023년 7월까지 중국의 대 러시아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3% 이상 증가하는 등 양국 무역 규모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23년 8월 21일 보도한 바 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다양한 제재를 내놓으며 경제 옥죄기에 나섰는데, 중국이 러시아 경제의 핵심 공급원 역할을 하면서 제재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러시아는 독일, 브라질 등을 제치고 중국의 7위 교역 상대국으로 올라섰다고 전했다. 동년 1~7월 중국의 대 러시아 무역 규모는 1340억 달러(약 179조6940억 원)로 집계됐다고 한다. 중국의 전체 수출 규모가 5%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가 이뤄지면서 중국과의 교역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서방이 자동차 수출을 멈추자 중국산 자동차가 러시아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었다. 중국 수출 차량 중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도 3.7%에서 11.4%로 수직상승했다. 자동차 외에도 전자제품, 식품, 담배, 금속, 스마트폰 등 여러 분야에서 중국 제품들이 러시아 시장 안정화를 돕고 있다고 한다. 중국 역시 경제 침체 시기에 값싼 에너지를 얻고 다양한 품목의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양자 무역을 통해 상당한 차익을 얻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그리 위력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인 셈이다. 더욱이 미국의 전기차 생산에 따른 중국에 엄격한 견제 역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기업의 전기차 공급망 관련 해외 투자액은 2016년 6억500만 달러에서 2022년 240억 달러로 40배 넘게 증가했으며, 이는 전 세계 전기차 공급망 해외 투자액에 58%를 차지하는 규모다.
더불어 중국기업은 미국 등의 중국산 원자재·소재·부품 등에 대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기술 협력, 해외 자회사 및 합작사 설립 등의 방식으로 규제망을 우회해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역시 전기차에 대한 미국 규제에 엄격한 역공에 맞서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제품 구매 금지 조치 시행에 이어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인 갈륨,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실시했다. 이는 중국이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94%, 게르마늄의 83%를 생산하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해당 광물에 대한 수요가 많은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의 무역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아세안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우회무역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에도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중이다. 대미 무역흑자를 확대하는 이들 국가의 뒤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를 은폐하고 미국 수출을 유지하려는 중국이 버티고 있다.
더욱이 원자재, 중간재 등의 독점을 통해 자체 첨단공급망을 구축하면서 대응한 결과 중국의 실질적인 공급망 영향력은 오히려 확대됐다. 중국은 아세안과 멕시코 등 제3국에 제조업 공장을 설립한 뒤 고부가가치 부품 등을 수출·조립함으로써 공급망을 더욱 넓혀가는 양상이다.
미국 등 대 중국 규제가 엄격한 국가를 위한 생산기지를 미국 현지 또는 인도, 멕시코 등 제3국에 구축하는 이원화 전략이 상당 부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기업 중 중국과 연관된 기업 약 42%에 달하나 이중 중국과 직접 연결된 기업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중국 공급업체와 3단계 이상을 거쳐 연결돼 우회무역을 통한 규제회피가 용이하다는 평가다.
중국은 여전히 단일 시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이자 단기간에 대체가 어려운 제조 인프라와 산업 클러스터를 갖추고 있다. 미국 역시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다. 세계경제의 회복과 신냉전의 종식을 위해서는 미중은 어떤 식으로든 화해와 협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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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